CDMO 공장 설립: 전략적 기획부터

"우리도 CDMO 사업에 뛰어들어 볼까?"

by 구매가 체질

최근 바이오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많은 기업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이라는 기회의 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조 원의 투자 금액, 복잡한 규제, 수년에 걸친 건설 기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실제 CDMO 공장 설립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돈은 얼마나 드는지 A부터 Z까지 알아보겠습니다.


1. CDMO 공장의 핵심 요건: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


CDMO 공장은 그냥 건물을 짓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의약품이라는 특수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거대한 첨단 과학 장비'를 만드는 일이죠.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글로벌 GMP 기준: 단순히 한국(KGMP)을 넘어, 미국(cGMP)과 유럽(EU-GMP)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설계 단계부터 이 기준에 맞춰야 글로벌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클린룸 (Cleanroom): 공기 중의 미립자와 미생물을 제어하는 청정 공간입니다. GMP는 이 공간을 위험도에 따라 A, B, C, D 네 등급으로 나눕니다. 무균 주사제를 직접 다루는 곳은 가장 엄격한 Grade A/B 기준을, 원료를 칭량하는 곳은 Grade C/D 기준을 적용하는 식입니다.


핵심 생산 설비: 업스트림 (Upstream): 세포를 키워 원하는 단백질(항체 등)을 만들어내는 '배양' 과정입니다. 공장의 생산 능력을 결정하는 바이오리액터(Bioreactor)가 이 단계의 핵심 설비입니다. 다운스트림 (Downstream): 배양액에서 원하는 단백질만 깨끗하게 분리해내는 '정제' 과정입니다. 크로마토그래피 등 정밀한 장비들이 사용됩니다.


핵심 유틸리티: 의약품 제조에는 그냥 물과 공기를 쓰지 않습니다. 고도로 정제된 주사용수(WFI),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는 공조 시스템(HVAC), 멸균용 클린 스팀 등 특수 설비가 필수적입니다.


2. CDMO 공장 건설의 단계별 프로세스


하나의 CDMO 공장이 탄생하기까지는 보통 2~3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 여정은 크게 6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단계: 기획 및 부지 선정 (D-36개월)


사업성 분석: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만들지 결정합니다. 항체 의약품인지, 세포 치료제인지, 생산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지 등 사업의 방향을 정합니다.

부지 선정: 우수 인력 확보, 물류, 정부 지원 등을 고려해 최적의 부지를 찾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인천 송도, 충북 오송이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입니다.


2단계: 설계 및 인허가 (D-30개월)


개념설계 → 기본설계 → 상세설계: 전문 엔지니어링 및 GMP 컨설팅 업체와 함께 공장의 전체적인 레이아웃과 동선, 장비 배치, GMP 등급 등을 구체화하며 도면을 완성합니다.

각종 인허가: 건축 허가를 비롯한 각종 규제 승인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연이 많이 발생하므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3단계: 시공 및 설비 구축 (D-24개월)


장주기자재(Long-lead item) 발주: 제작에 수개월 이상 걸리는 바이오리액터 등 핵심 장비를 가장 먼저 발주합니다.

공장 건설 및 설비 설치: 설계 도면에 따라 건물을 짓고, 클린룸을 시공하며, 발주한 장비들을 순서대로 설치합니다.


핵심 파트너 선정


모든 과정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각 분야 최고의 파트너 선정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엔지니어링/건설(EPC): 삼성 E&A, SK에코플랜트 등 바이오 플랜트 건설 경험이 풍부한 곳

GMP 컨설팅: 바이오써포트, 비앤피케어 등 규제기관 실사 경험이 많은 곳

장비 공급사: 싸토리우스, 싸이티바, 써모피셔 등 글로벌 기업


5단계: C&Q 및 밸리데이션 (D-6개월)


시운전(Commissioning & Qualification): 설치된 설비와 시스템이 설계대로 작동하는지 하나하나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밸리데이션(Validation): 이 공장에서 만든 의약품이 일관되게 품질 기준을 만족한다는 것을 과학적인 데이터로 입증하는 과정입니다. GMP의 핵심이며, 수많은 문서 작업이 수반됩니다.


6단계: GMP 승인 및 운영 개시 (D-Day)

식약처 GMP 승인: 모든 밸리데이션이 완료되면 식약처에 GMP 승인을 신청하고, 실사를 받습니다.

운영 개시: 최종 승인이 나면 드디어 의약품 생산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3. 예산: 돈은 얼마나, 어디에 들어가는가?


가장 궁금한 부분일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규모 상업 생산용 CDMO 공장은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실제 사례: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연산 18만 리터 규모, 총 투자비 1조 9,800억 원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1공장: 연산 12만 리터 규모, 총 투자비 약 2조 2,000억 원


이러한 조 단위 투자를 생산 능력으로 나누어 '리터당 투자비'라는 개념으로 환산해 보면 투자 효율성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리터당 투자비 예시: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총 투자비 1조 9,800억 원을 생산 능력 18만 리터로 나누면 리터당 약 1,100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1공장: 총 투자비 약 2조 2,000억 원을 생산 능력 12만 리터로 나누어 리터당 약 1,830만 원 수준으로 추산할 수 있습니다.


리터당 투자비의 근거와 논리


위 예시에서 보듯 '리터당 투자비'는 고정된 가격이 아니며,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수치를 해석할 때는 다음의 논리적 근거를 고려해야 합니다.


규모의 경제 (Economies of Scale):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장의 생산 규모가 클수록 리터당 고정 투자비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18만 리터 규모의 공장을 짓는 것이 6만 리터 규모의 공장을 3개 짓는 것보다 리터당 효율성이 높습니다. 이는 기반 시설, 유틸리티, 인력 등 공통 비용이 분산되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사례가 롯데의 사례보다 리터당 투자비가 낮은 것은 이러한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작용한 결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기술 및 범위 (Technology and Scope): 총 투자비에는 단순 생산 설비 외에 자동화 수준, 데이터 시스템, R&D 연구소, 완제(DP) 설비 포함 여부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됩니다. 최신 자동화 기술이나 다품종 생산을 위한 유연한 설비(예: 싱글유즈 시스템)를 도입할수록 투자비는 증가하며, 이는 리터당 단가에 반영됩니다.


프로젝트 시점과 인플레이션: 투자 결정 및 건설이 이루어지는 시점의 원자재(특히 철강) 가격, 장비 가격, 인건비 등은 총 투자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수년의 간격을 두고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동일한 규모와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리터당 투자비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터당 1,000만 원대'라는 수치는 CDMO 공장 신설을 위한 초기 예산 규모를 가늠하는 중요한 벤치마크가 될 수 있으나, 위와 같은 변수들을 고려하여 자사의 사업 전략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비용 구성 (대략적인 비율): 건축/토목/인프라 (30~40%): 부지 매입, 건물 골조, 클린룸, HVAC 등 핵심 생산 설비 (40~50%): 바이오리액터, 정제 시스템, 완제 라인 등 가장 큰 비중 엔지니어링 및 밸리데이션 (10~15%): 설계, 감리, 각종 검증 작업 기타 (5%): 인허가, 초기 운영비 등


4. 로드맵 및 타임라인


대규모 공장 기준, 일반적으로 총 24개월에서 36개월이 소요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쿠키컷'이라는 표준화된 설계를 통해 이 기간을 2년 내외로 단축하며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전체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살펴보면, 사업성 분석부터 인허가까지 포함하는 '기획 및 설계' 단계에서 약 6개월에서 12개월이 소요됩니다. 이후 장비 발주와 실제 건축을 포함하는 '시공 및 구축' 단계가 가장 긴 기간인 18개월에서 24개월을 차지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운전과 밸리데이션, 그리고 최종 GMP 승인을 받는 '검증 및 승인' 단계에 약 6개월이 걸려, 총 소요 기간은 약 30개월에서 42개월에 이릅니다.


5. 리스크 관리: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가?


조 단위 프로젝트는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공기 지연: 설계 변경, 인허가 지연, 장비 납품 지연 등은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예산 초과: 원자재 가격 상승, 예상치 못한 추가 요구사항 등으로 초기 예산을 초과하기 쉽습니다.

GMP 승인 실패: 밸리데이션 데이터 미비, 설계 오류 등으로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공장을 가동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프로젝트 초기 단계의 철저한 기획과 경험 많은 파트너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CDMO 공장 건설은 단순히 돈과 시간만 쏟아붓는다고 성공하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기술과 규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최고의 파트너들과 함께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는 기나긴 마라톤입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성공적인 첫걸음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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