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번 레이트’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유닛이코노믹스 #스타트업 #생존전략 #원가구조 #기업가정신 #J커브의함

by 구매가 체질

IR 피칭룸의 공기를 바꾸는 질문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대표님, 정말 훌륭한 성장세입니다. 그런데 질문 하나만 드리죠. 고객 한 명을 데려와서 우리 서비스를 완벽하게 제공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 즉 ‘유닛당 총비용(Total Unit Cost)’은 얼마입니까?"


이 질문 하나에, 자신감 넘치던 대표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수없이 봐왔습니다. 우리는 월에 얼마를 태우는지(Burn Rate), 통장에 얼마가 남았는지(Runway)는 정확히 압니다. 하지만 그 돈이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새고 있는지, 고객 한 명 한 명이 우리에게 축복인지 재앙인지에 대한 ‘숫자’는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것은 회계팀의 숙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사업의 본질을 꿰뚫고 있느냐, 회사의 운전대를 제대로 잡고 있느냐를 묻는, 대표를 향한 가장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1. 성장에 취해 빠지는 3가지 함정


왜 우리는 이토록 중요한 숫자에 눈을 감게 될까요? 그것은 스타트업이라는 경주에 내재된, 달콤하지만 치명적인 3가지 함정 때문입니다.

성장 지표라는 마약: 초기 스타트업에게 MAU, 트래픽, GMV는 생명줄과도 같습니다. 이 숫자들이 주는 짜릿함에 취해, 우리는 그 이면의 비용 구조를 들여다볼 생각을 잊어버립니다. ‘수익성은 나중에’라는 말은 창업가에게 가장 위험한 자기 위안입니다.


R&D라는 블랙홀: 기술 스타트업의 심장인 연구개발비는 종종 모든 비용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됩니다. 양산에 필요한 순수 재료비, 공정 비용, 품질 관리 비용까지 모두 ‘R&D’라는 이름 아래 뒤섞여 버립니다. 이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현실을 외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뿐입니다.


보이지 않는 암살자, 숨겨진 비용: 진짜 원가는 눈에 보이는 재료비 너머에 있습니다. 고객이 늘어날수록 무거워지는 클라우드 서버 비용, 당연하게 지출되는 PG 수수료와 배송비, 심지어 불량품을 폐기하는 비용까지. 이 보이지 않는 암살자들이 매일 밤 당신의 이익을 조용히 갉아먹고 있습니다.


2. 당신의 ‘성공’이 당신을 파괴할 때


원가 구조를 모른 채 이룬 성장은 축배가 아니라 독배입니다.

저는 고객 10만 명 돌파를 자축하며 대대적인 파티를 열었던 한 이커머스 스타트업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습니다. 고객 한 명에게 배송될 때마다 500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의 성공적인 마케팅은 매달 5천만 원의 적자를 파내는 거대한 삽질에 불과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J커브의 함정’입니다. 성장을 위해 손실을 감수하는 구간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끝에 수익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명확한 ‘숫자적 근거’가 없다면, 그 곡선은 하늘로 솟구치는 대신 땅으로 곤두박질치게 됩니다.


가격을 ‘감’으로 정하고, 문제가 터지면 원인 분석 대신 또다시 투자 유치에 매달리는 악순환.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우리 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경제학을 외면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비극입니다.


3. 비용을 ‘통제’하고 이익을 ‘설계’하는 CEO의 워룸(War Room)


이제 비판은 충분합니다. 진정한 기업가는 문제를 넘어 해결책을 설계합니다. 당신의 사무실 한편에 ‘워룸(War Room)’을 만들고, 비용을 통제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무기로 바꾸는 3단계 전략을 지금 당장 실행하십시오.


1단계: 모든 숫자를 발가벗겨라 - ‘유닛 이코노믹스’ 대시보드 구축

냅킨이라도 좋습니다. 지금 당장 제품/서비스 하나를 제공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COGS)을 원 단위까지 해부하십시오. 그리고 아래 공식을 당신의 경영 대시보드 최상단에 올려두십시오.

고객 1인당 공헌이익 = 고객 1인당 매출 - 고객 1인당 변동비(COGS)

이 숫자가 당신 회사의 진짜 체력입니다. 이익이 마이너스라면, 당신은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멈추고 이 숫자를 플러스로 돌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2단계: 이익의 레버를 찾아 당겨라 - 가격, 원가, 효율

유닛 이코노믹스를 파악했다면, 당신은 이익을 만들어낼 3개의 강력한 레버를 손에 쥐게 됩니다.


가격(Pricing): 우리는 고객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가격을 받고 있는가?

원가(Cost): 구매/SCM팀과 협력해 공급사를 바꾸거나, R&D팀과 협력해 더 저렴한 부품으로 설계를 변경할 수는 없는가?

효율(Efficiency): 생산 공정의 불량률을 줄이거나, 마케팅 채널의 효율을 높여 고객 획득 비용(CAC)을 낮출 수는 없는가?


이 세 가지 레버를 어떻게 당길지 결정하는 것이 바로 ‘전략’입니다.


3단계: 전 직원을 ‘최고 원가 책임자(CCO)’로 만들어라

원가 절감은 재무팀이나 구매팀의 일이 아닙니다. 더 저렴한 부품을 고민하는 개발자, 불량률을 줄이려는 엔지니어, 가장 효율적인 광고 채널을 찾는 마케터 모두가 우리 회사의 이익을 책임지는 ‘최고 원가 책임자(Chief Cost Officer)’입니다. 원가 구조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원가 절감에 대한 기여를 보상하여 ‘원가 의식’을 회사의 DNA로 만드십시오.


결국, 스타트업 경영은 ‘통제할 수 없는 시장’과 ‘통제할 수 있는 우리 자신’ 사이의 싸움입니다. 원가 구조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영역입니다.


"그래서, 하나 팔면 얼마가 남으세요?"


이 질문은 더 이상 당신을 당황하게 하는 창이 아닐 것입니다. 당신의 사업이 얼마나 단단하고,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자랑스러운 방패가 될 것입니다. 이제, 당신의 진짜 숫자를 마주하고 이익을 설계하십시오. 그것이 바로 기업가의 길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래서, 하나 팔면 얼마 남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