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근거로 깍아달라고 해야하나?
EPC회사를 다닐 때의 일입니다.단가 관련 협상을 할 때마다 저희 비즈니스에 이미 깊숙이 학습된 중국의 한 철강 가공 업체가 매년 견적 상승을 요구했죠. 독점적 지위의 업체는 아니었지만, 이미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발주를 내도 문제가 없을 만큼 숙련된 곳이라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들의 요구에 무작정 끌려갈 순 없었기에, 저는 LME(런던 금속 거래소) 시세, 물가 상승률, 인건비 데이터를 철저히 조사했습니다.
그렇게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자재 시세는 이 정도 올랐으니 이 부분은 반영하되, 전체적인 인건비와 물가 상승률은 우리의 예상치와 차이가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여기에 저희가 발주할 계약 톤수(물량)를 보장하는 카드를 꺼내며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죠. 결국 매년 합리적인 선에서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이 경험은 제게 협상에서 '감'이 아닌 '팩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줬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경험하며 배운 방법과 더불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시세 및 지수 링크를 공유해 드립니다.
용도: 구리, 알루미늄, 아연, 니켈 등 산업용 비철금속 가격 협상에 사용됩니다.
팁: LME 시세는 매일 변동하므로, 일정 기간의 평균 가격 동향을 함께 제시하면 더 설득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링크: LME (London Metal Exchange)
용도: 원유, 가스, 에틸렌, 프로필렌, 플라스틱 수지 등 석유화학제품 및 에너지 가격 협상에 활용됩니다.
팁: 유가(WTI, Brent)는 생산 원가와 직결되므로, 유가 변동 그래프를 근거로 제시하면 효과적입니다. Platts와 ICIS는 각 품목의 지역별 시장 가격을 제공하므로, 상대 공급업체의 위치에 맞는 데이터를 찾아보세요.
링크: S&P Global Commodity Insights (Platts), ICIS
용도: 옥수수, 밀, 대두 등 곡물과 커피, 설탕 등 농산물 가격 협상에 사용됩니다.
팁: 농산물은 기후 변화에 민감하므로, 공급업체가 위치한 지역의 기상 예측 자료나 작황 정보를 함께 참고하면 좋습니다.
링크: CME Group (CBOT 포함), ICE (Intercontinental Exchange)
용도: 해상 운송료가 포함된 가격 협상 또는 운송비 분담 조건 논의 시 활용됩니다.
팁: SCFI(컨테이너 운임)는 중국발 주요 항로의 운임을 나타내므로, 중국 공급업체와 협상 시 유용합니다. BDI(벌크선 운임)는 건화물 운송비의 변동성을 보여주므로, 원자재 대량 수입 시 참고할 수 있습니다. 물론 incorterms 에 따라 다르겠지만 참고는 할만한 자료입니다.
링크: SCFI는 Container News 등 여러 물류 정보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BDI는 Bloomberg 등 금융 정보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용도: 반도체, IT 부품, 전자제품 등 기술 기반 품목의 평균 시장 가격이나 시장 점유율 정보를 파악하는 데 유용합니다.
팁: 이 기관들의 보고서는 대부분 유료이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개요나 자료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시장 트렌드와 가격 벤치마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링크: Gartner
모든 품목에 LME 시세처럼 투명한 공시 가격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럴 때는 아래와 같은 방법을 활용해 보세요.
경쟁사 견적 비교: 최소 2~3개 이상의 경쟁 공급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아 현재 시장 가격 수준을 파악하세요. 이를 통해 공급업체가 제시한 가격이 합리적인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습니다.
원가 분석 요청: 공급업체에 주요 원자재, 인건비, 생산 비용, 마진율 등을 포함한 상세한 원가 내역을 요청해 보세요. 상대방이 거부할 수도 있지만, 신뢰 관계가 구축되어 있다면 논리적인 협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에서 사용했던 물가 상승률과 인건비 데이터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장기 계약 조건 제시: 가격 인상 요구 시, 물량 보장이나 장기 계약 등 상대방이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는 조건을 역으로 제시하세요. 이는 가격을 낮추는 직접적인 근거는 아니지만, 상호 이익을 위한 유연한 협상 카드가 됩니다.
1. 데이터의 '연속성' 확보: 한 시점의 데이터만 보지 말고, 최소 3~6개월간의 장기적인 시세 동향을 분석하여 가격 변동의 '흐름'을 파악하세요. Chatgpt를 사용하더라도 반드시 사실검증이 필요합니다.
2. 공급업체의 관점 이해: 공급업체는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 다양한 생산 요소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한 비용 변동 데이터를 함께 준비하여 상대방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논리적인 협상을 진행하세요.
3. 데이터의 '출처' 명시: "시세가 올랐어요"라고 말하기보다는, "LME의 최근 자료를 보면 구리 가격이 X% 변동했습니다"와 같이 구체적인 출처와 수치를 제시하면 신뢰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이러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단순한 '가격 깎기'가 아닌 '합리적인 가격 조정'을 제안하며 더 성공적인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