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비교
제가 몸담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산업에는 오랫동안 부동의 1위로 군림해 온 '거인', 론자(Lonza)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그 뒤를 쫓으며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성공적인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의 대표 주자로 꼽곤 합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이 두 회사는 무엇이 다를까?
특히 기업의 전략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조직도'를 들여다보면 그 차이가 명확히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제가 속한 업계의 거인 론자와,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조직도를 나란히 놓고 비교 분석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그 궁금증에서 시작된 저의 개인적인 탐구 기록입니다.
론자의 선택은 '유연한 통합'입니다. 2025년을 기점으로 발표된 'One Lonza' 조직도는 그들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기존의 복잡했던 사업부-BU 구조를 과감히 단순화하고,
①통합 바이오의약품
②첨단 합성
③특수 모달리티라는 3개의 핵심 기술 플랫폼으로 재편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이 플랫폼 책임자 모두가 최고경영자(CEO)에게 직보하는 집행위원회(EC) 멤버라는 점입니다. 이는 각 기술 플랫폼에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하여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플랫폼 간의 기술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입니다. 예컨대, 항체의약품(바이오의약품)과 링커-페이로드(첨단 합성) 기술을 융합해야 하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개발에서 론자의 조직 구조는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략은 '압도적 효율'입니다. 삼성의 조직도는,
①원료의약품(DS)
②완제의약품(DP)
③위탁개발(CDO) 이라는 명확한 '기능(Function)'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이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처음부터 끝까지, 즉 세포주 개발부터 최종 완제품 포장까지 수직적으로 통합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적화된 구조입니다. 모든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막대한 규모의 생산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삼성이 추구하는 '초격차'의 핵심입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여러 회사에 일을 맡길 필요 없이 삼성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을 가집니다.
두 기업의 성장 방식 또한 조직 구조에 그대로 투영됩니다. 론자는 기민한 '사냥꾼'과 같습니다. 그들은 제넨텍의 바카빌 공장 인수와 같은 대규모 M&A를 통해 단숨에 생산 능력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기술 포트폴리오를 흡수하는 데 능숙합니다. 다양한 기술 플랫폼을 운영하는 구조는 새로운 M&A 대상을 물색하고, 인수한 조직을 기존 플랫폼에 통합하기에 용이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뚝심 있는 '농부'에 가깝습니다. 그들의 성장사는 거대한 자본을 투입해 부지를 닦고 공장을 짓는 '자체 증설(Organic Growth)'의 역사입니다. 'N-1' 전략, 즉 다음 공장을 완공 전에 미리 착공하며 생산능력의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은 삼성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는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하에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드러납니다. 론자는 '특수 모달리티' 플랫폼을 통해 미래 기술을 내부에서 육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합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mRNA, 미생물 플랫폼 등 당장의 주력 사업은 아니지만 잠재력이 큰 기술들을 하나의 독립된 플랫폼으로 묶어 집중적으로 키워내고 있습니다.
삼성은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별도의 '성장엔진'을 장착했습니다. 기존의 항체의약품이라는 강력한 캐시카우를 기반으로, ADC, mRNA 등 차세대 기술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합니다. 이는 삼성 라이프사이언스 펀드 등을 활용한 전략적 투자와 맞물려, 검증된 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하고 삼성의 압도적인 생산 능력과 접목하려는 실용적인 접근법으로 해석됩니다.
결론적으로 론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조직도는 '다양성을 통한 유연성'과 '집중을 통한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다른 길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론자는 다양한 기술 포트폴리오를 유기적으로 융합해 어떤 종류의 신약이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종합 기술 백화점'을 지향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의약품이라는 핵심 분야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생산 능력과 속도를 바탕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글로벌 생산 허브'를 목표로 합니다.
두 거인의 서로 다른 조직 설계는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기보다, 각자가 처한 시장 환경과 보유한 핵심 역량에 맞춰 최적화된 결과물입니다. 앞으로 이 두 기업의 조직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미래 흐름을 읽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