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1억 원짜리 구매인데, 왜 최종 비용은 전부 다를까?
SCM 담당자로 일하며 가장 혼란스러웠던 순간은, 월말 결산을 앞두고 회계팀과 마주 앉았을 때였다.
"팀장님, 이번 달 국내 원자재 매입은 1억 원, 해외 원자재도 1억 원, 수입 상품도 1억 원이었는데… 왜 최종 원가는 제각각이었죠?"
나는 단순히 물건을 사 오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관리하던 세 개의 구매 라인은 완전히 다른 회계 규칙을 가진, 세 개의 다른 세상이었다. 같은 금액을 지불해도 회사 장부에 찍히는 최종 비용, 즉 '진짜 가격'은 달랐다. 그때부터 나는 세 개의 다른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국내 원자재 구매의 회계는 마치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보는 것과 같았다. 가격표가 명확했고, 변수가 거의 없었다.
공식: 최종 원가 = 물건값
부가세(VAT): 가격표에 붙은 10%의 부가세는 사실 내 돈이 아니었다. 어차피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소득공제처럼, 회사는 '매입세액공제'를 통해 전부 돌려받았다. 그래서 회계상 원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변수: 거의 없었다. 환율 걱정도, 통관 절차도 없었다. 월말에 세금계산서만 잘 챙기면 끝이었다.
이 가계부는 쓰기 편했다. 예측 가능했고, 골치 아플 일이 없었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순간, 가계부는 복잡한 방정식으로 변했다. 이건 단순한 장보기가 아니라, 사업자용 초고난도 해외 직구와 같았다.
공식: 최종 원가 = 물건값 + α(관세) + β(운송/보험료) + γ(통관 수수료) ...
첫 번째 복병, 관세: 부가세와 이름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존재였다. 관세는 돌려받지 못하는 '통행세'와 같았다. 물건값에 그대로 더해져 원가를 상승시키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 비용이었다.
두 번째 복병, 각종 부대비용: 해외에서 한국 창고까지 오는 동안 발생하는 모든 비용(해상/항공 운임, 보험료, 통관 수수료, 국내 운송비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원가에 합산되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마법이 펼쳐지는 구간이었다.
최종 보스, 환율: 이 모든 계산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끝판왕이었다. 주문할 때의 환율과 돈을 보낼 때의 환율이 다르면 '외환차손익'이 발생했다. 나는 매일 아침 주식 시세 보듯 환율을 확인해야 했다.
이 가계부를 쓸 때면 늘 머리가 아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들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항상 긴장해야 했다.
가장 무서운 가계부였다. 해외 원자재 수입의 모든 복잡함(관세, 부대비용, 환율)을 그대로 안고 있으면서, 여기에 최악의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공식: 최종 원가 = (해외 원자재 공식) ± δ(미래가치 변동)
시한폭탄, 재고 자산 평가 손실: 원자재는 그 자체로 가치를 가졌지만, 완제품은 '트렌드'와 '시간'이라는 적을 상대해야 했다. 독일에서 야심 차게 수입한 의료기기가 창고에 쌓이는 순간부터 가치는 미세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만약 유행이 지나거나 신제품이 나와 팔리지 않으면? 그 재고는 더 이상 장부에 적힌 '자산'이 아니라 '손실'이 되었다.
회계팀은 이것을 '재고 자산 평가 손실'이라는 어려운 말로 불렀다. 내게는 그저 "제때 못 팔면 전부 쓰레기"라는 말로 들렸다. 원자재 재고는 생산에 쓰면 그만이었지만, 완제품 재고는 팔 기회를 놓치면 그대로 비용 덩어리가 되었다.
1년이 지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세 개의 다른 금융 게임을 동시에 뛰는 플레이어였다.
국내 원자재는 안정적인 예금과 같았다.
해외 원자재는 변동성이 큰 해외 펀드와 같았다.
완제품 상품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주식 투자와 같았다.
진정한 SCM은 물건의 흐름만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 물건에 붙어있는 보이지 않는 가격표를 읽고, 그 돈의 흐름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같은 1억 원이라도, 그 돈이 어떤 가계부에 쓰이느냐에 따라 회사의 손익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