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하나에서 생명을 구한다
SCM의 관점에서 바이오의약품은 '극도로 민감한 온도/시간 제약이 있는 고부가가치 자산'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전체 프로세스는 이 자산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조달, 보관, 공급하고 추적하는가에 맞춰져 있습니다.
바이오의약품 SCM은 단순 물류가 아닌, 대체 불가능한 자산을 GMP 규정 안에서 완벽하게 통제하는 과학에 가깝습니다. 실패는 곧 수백억 원의 손실로 직결됩니다.
셀 뱅크 (MCB/WCB): 회사의 미래가 담긴 금고
자산의 개념: 셀 뱅크는 단순한 원료가 아닌, 해당 제품 파이프라인의 미래 전체를 담보하는 핵심 자산입니다. Single Point of Failure(단일 장애점) 그 자체이므로, 재고 관리의 차원이 다릅니다.
보관 및 운영: 액체질소(-196°C) 보관은 특수 설계된 전용 설비(LN2 Dewar)와 산소 농도 모니터링 등 고도의 안전 프로토콜을 요구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콜드체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운영 난이도와 비용을 수반합니다
리스크 관리: 글로벌 분산 보관은 단순히 재고를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재해, 지정학적 리스크, 시설의 물리적 파괴 등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BCP)의 핵심 전략입니다.
ERP 관리: 재고 단위(UoM)가 'EA'가 아닌, 고유 Vial ID로 관리되며, 모든 이동 및 사용 이력은 사람의 개입 없이 시스템적으로 기록되어 영구 보존됩니다.
원료의약품(DS) 입고: 30분의 전쟁 (The 30-Minute War)
운송과 증거: -80°C 콜드체인은 검증된(Validated) 운송 용기와 충분한 양의 드라이아이스, 그리고 온도 기록계(Data Logger)가 생명입니다. 이 기록계 데이터는 운송 중 제품의 품질이 유지되었음을 증명하는 법적 효력을 갖는 문서입니다.
입고 프로세스 KPI: '항공기 도착 후 30분 내 -80°C 초저온 냉동고 입고'는 단순한 가이드라인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성과 지표(KPI)입니다. 1분 1초가 원료의 품질과 직결되며, 이 시간 기록은 감사(Audit)의 주요 검토 대상입니다.
데이터 무결성: 입고 시 바코드 스캔은 ERP에 재고를 생성하는 행위와 온도 기록계 데이터를 해당 재고 Lot에 연결하는 행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는 사람의 실수나 데이터 누락을 원천 차단하고, 완벽한 감사 추적(Audit Trail)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시스템 제어 포인트입니다.
바이오의약품 재고는 '얼마나 있는가'보다 '사용 가능한 상태인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ERP는 이 상태를 통제하는 거대한 잠금장치 역할을 합니다.
재고 상태 (Inventory Status): 절대 격리의 원칙
Quarantine (시험대기): 이 상태는 '디지털 펜스(Digital Fence)'와 같습니다. QC의 공식적인 승인 없이는 시스템적으로 출고, 이동, 폐기 등 어떠한 재고 트랜잭션도 불가능하게 막습니다. 이는 검증되지 않은 원료가 실수로라도 생산에 투입되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GMP의 기본 원칙입니다.
시스템 인터페이스: QC의 시험 결과는 LIMS에서 ERP로 인터페이스를 통해 자동으로 전송됩니다. 이 결과에 따라 ERP는 재고 상태를 '사용가능(Unrestricted)' 또는 '사용불가/부적합(Blocked/Rejected)'으로 변경합니다. 이 자동화된 프로세스는 데이터의 정확성을 보장하고 수기 오류를 방지하는 핵심적인 통제 수단입니다.
불출 원칙: 인간의 판단을 배제하는 시스템
FEFO (유효기간 선입선출)의 절대성: 바이오의약품에서 FEFO는 재고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 규정입니다. 유효기간이 지난 원료의 사용은 심각한 품질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스템 지시(System-Directed) 방식: 창고 작업자는 어떤 Lot를 꺼낼지 스스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WMS/MES가 생산 오더에 맞춰 FEFO 원칙에 따라 출고해야 할 정확한 Lot와 그 위치(Location)를 지정해 줍니다. 작업자는 단지 시스템이 지시하는 대로 바코드를 스캔하며 작업을 수행할 뿐입니다. 이는 규정 준수를 보장하고, 모든 불출 기록을 시스템에 남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생산 라인으로의 자재 공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엄격한 통제 하에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핵심 내부 물류(Internal Logistics) 과정입니다.
해동 프로토콜: -80°C의 동결 상태 원료를 검증된(Validated) 프로토콜에 따라 해동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공정입니다. 모든 온도 변화와 시간은 전자 배치 기록(EBR/MES)에 자동으로 기록되어, 모든 단계가 감사 가능한(Auditable) 상태로 관리됩니다.
수율 및 정확도: 칭량/소분 단계는 재고 정확도와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고가의 원료의약품은 0.1%의 계량 오차도 큰 금액 손실로 이어지므로, MES와 연동된 저울을 통해 오차를 최소화하고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기록합니다.
사용 시한 관리 (Post-Thaw Stability): 해동된 원료는 '72시간'과 같은 엄격한 사용 유효시간이 적용됩니다. MES/ERP 시스템은 이 카운트다운을 추적하여, 시간이 초과된 자재는 시스템적으로 사용을 차단하는 품질 잠금(Quality Lock) 역할을 수행합니다.
SCM 시스템은 단순한 관리 툴을 넘어,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규제 당국에 증명하는 단일 진실 공급원입니다.
완벽한 추적성 (Batch Genealogy): 시스템은 원료 입고부터 최종 완제품까지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는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를 제공합니다. 문제 발생 시, 단 몇 분 안에 환자에게 투여된 제품이 어떤 세포주, 어떤 원료 Lot를 거쳐왔는지 '디지털 혈통서'처럼 완벽하게 역추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동화된 데이터 연동: 각 전문 시스템(LIMS, MES, WMS)은 ERP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동됩니다. LIMS가 품질 합격 신호를 보내면 ERP가 재고의 잠금을 해제하고, MES가 사용량을 보고하면 ERP는 재고를 차감하며 원가를 계산합니다. 이는 데이터 사일로(Silo)를 제거하고 무결성을 보장하는 핵심입니다.
리스크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고 사전에 계획된 절차에 따라 관리하는 것이 바이오 SCM의 핵심 역량입니다.
콜드체인 이상 (Temperature Excursion): 온도 이탈은 SCM의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입니다. 이를 대비해 검증된 운송 용기를 사용하며, 문제 발생 시 즉각 가동할 수 있는 비상 계획을 수립하고, 비즈니스 연속성을 위한 전략적 안전 재고를 운영합니다.
리드타임과 S&OP: 8주가 넘는 긴 원료 조달 기간은 주먹구구식 재고 관리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정확한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하는 판매운영계획(S&OP) 프로세스를 통해, 긴 리드타임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적 재고 수준과 공급 계획을 수립해야만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합니다.
"Life is not a problem to be solved, but a reality to be experienced." - 키르케고르
오늘도 어디선가:
세포는 배양기에서 생명을 구할 단백질을 만들고,
과학자는 현미경으로 완벽한 결정체를 확인하고,
엔지니어는 -80°C 냉동고의 온도를 체크하고,
QC 분석가는 23번째 시험 결과를 승인하고,
환자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 병원에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