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전이 : 회계 부실의 전염
투자자들은 흔히 A라는 기업에 투자할 때, A기업 자체의 실적과 성장성에만 집중하곤 합니다. 하지만 A기업이 여러 자회사를 거느린 '모회사'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언뜻 보기엔 건실한 모회사일지라도, 그 안에 숨어있는 자회사의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모회사 전체를 뒤흔드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리스크의 전이(轉移)는 '연결재무제표' 라는 회계상의 규칙 때문에 발생합니다.
연결재무제표는 간단히 말해 모회사와 그 지배를 받는 모든 자회사의 재무 상태를 하나로 합친 통합 보고서입니다. 회계는 이들을 별개의 회사가 아닌 하나의 경제 공동체, 즉 '한 가족'으로 봅니다.
왜 합치는가?: 투자자에게 회사의 실질적인 전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모회사가 부실한 자회사를 만들어 손실을 떠넘기고 자신만 좋아 보이게 꾸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 자회사의 매출은 곧 모회사의 매출이고, 자회사의 부채 역시 모회사의 부채가 됩니다. 자회사가 아무리 법적으로 다른 회사라 할지라도, 재무적으로는 모회사의 성적표에 그대로 기록되는 운명 공동체인 셈입니다.
모회사는 자회사의 리스크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리스크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모회사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힙니다.
가장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리스크입니다. 만약 자회사가 매출을 부풀리거나 자산을 과대평가하는 등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면 어떻게 될까요? 연결재무제표 원칙에 따라, 그 부실한 재무 정보는 그대로 모회사의 재무제표에 합산됩니다. 나중에 이 사실이 밝혀지면, 모회사는 과거 재무제표를 모두 수정해야 합니다. 이는 모회사의 과거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 되며, 투자자 신뢰도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주가는 폭락하게 됩니다.
자회사가 야심 차게 시작한 신사업이 실패하거나, 주력 제품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어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손실은 연결재무제표상 모회사의 순이익을 직접적으로 깎아 먹습니다. 심한 경우, 건실하던 모회사가 자회사의 영업 부진 때문에 전체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모회사의 투자가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자회사가 환경오염, 담합, 데이터 유출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법적 문제에 휘말렸을 때, 대중과 시장은 "A기업의 자회사가..."라고 기억합니다. 법적으로는 다른 회사일지라도, "그 그룹이 그 그룹" 이라는 인식이 생기며 모회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평판에 심각한 타격을 줍니다. 이러한 평판 리스크는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입니다.
이처럼 자회사의 리스크는 고스란히 모회사의 몫이 되기 때문에, 모회사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관리·감독의 책임: 모회사는 자회사의 경영 상황과 재무 건전성을 철저히 관리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습니다. "자회사가 알아서 한 일이라 몰랐다"는 변명은 투자자나 규제 당국 앞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건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회사의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통제해야 합니다.
투명한 공시의 책임: 자회사의 중요한 경영상황이나 잠재적 리스크를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을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축소해서는 안 됩니다.
결론적으로, 특정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할 때는 반드시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그 '가족' 전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화려해 보이는 모회사의 모습 뒤에, 어떤 자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재무 상태는 건전한지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만이 숨겨진 '시한폭탄'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