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의 아킬레스건,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두 얼굴

투자받았는데... 뭐? RCPS 가 뭔데?

by 구매가 체질
축하합니다! 대규모 RCPS 투자 유치에 성공하셨군요.


스타트업 대표라면 가장 듣고 싶은 말 중 하나일 겁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는 당장의 지분 희석 부담을 줄이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벤처 생태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투자 방식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 숨겨진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로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상의 부채 인식 문제 때문입니다.


달콤한 독, RCPS의 함정


RCPS는 말 그대로 '상환'과 '전환'의 권리가 붙은 우선주입니다. 투자자는 정해진 기간 후에 투자금을 상환해달라고 요구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하여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의 '꽃놀이패':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꽃놀이패'입니다. 회사가 잘 성장하면 보통주로 전환해 더 큰 자본 이득을 노릴 수 있고, 반대로 성장이 더디거나 불확실하면 원금에 이자까지 더해 상환을 요청해 투자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의 '숨통': 창업자 입장에서도 당장 보통주를 발행해 지분율이 희석되는 것을 막고, 회사의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문제는 이 '상환권' 때문에 발생합니다. K-IFRS는 주식의 법률적 형식보다는 경제적 실질을 중요하게 봅니다. 투자자가 상환권을 행사할 경우, 회사는 현금으로 투자금을 돌려줘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이는 회계적으로 '갚아야 할 빚', 즉 부채의 성격과 같습니다.


자본이 부채로, 재무제표의 착시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외부 투자금을 '자본'으로 인식하고 사업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K-IFRS를 적용하는 순간, 투자받은 RCPS는 재무상태표에 '부채'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부채비율 급증: 수십, 수백억의 투자금이 부채로 잡히면서 부채비율이 수천, 수만 퍼센트까지 치솟게 됩니다. 재무 건전성에 심각한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죠.


당기순손실 확대: RCPS에 부여된 보장수익률 등은 이자비용으로 처리되어 매년 당기순손실을 키우는 요인이 됩니다. 영업을 잘해서 이익을 내도, 회계상으로는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후속 투자 유치 및 IPO의 걸림돌: 불안정한 재무구조는 신규 투자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습니다. 특히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도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으면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RCPS의 부채 전환 문제를 피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상환권 조건 변경: 투자 계약 시 '회사가 상환에 응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거나, 상환가액을 '공정가치'로 정하는 등 부채로 인식되지 않을 조건을 삽입하는 방법입니다.


보통주 전환 유도: 회사의 가치를 빠르게 성장시켜 투자자들이 상환 대신 보통주 전환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입니다.


회계 전문가와의 사전 논의: 투자 유치 단계부터 회계 전문가와 함께 RCPS 발행 조건을 꼼꼼히 검토하고,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해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CPS는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자금 조달 창구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회계적 리스크를 명확히 인지하고 대비해야만 '독'이 아닌 '약'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투자 유치에 가려진 '아킬레스건'을 미리 점검하고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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