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없이 바뀌지 않는다.
인간의 생각은 단단한 바위와 같아, 단순히 말 몇 마디나 논리적인 주장만으로는 쉽게 깨뜨릴 수 없다.
흔히 “고집이 세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우리는 익숙한 사고방식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와 인지 메커니즘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인간의 뇌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매 순간 쏟아지는 방대한 정보를 일일이 분석하고 판단하는 대신, 과거의 경험과 패턴을 토대로 지름길을 택한다. 이 지름길이 바로 사고의 틀(Schema) 혹은고정관념(Stereotype)이다.
이러한 사고의 틀은 우리가 세상을 빠르게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정보나 다른 관점을 차단하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생각이 기존의 틀과 충돌할 때, 뇌는 불안정을 느끼고 기존의 틀을 유지하려는 강한 방어 기제를 작동시킨다. 이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거나, 왜곡해서 받아들이게 된다. 마치 우리가 원하는 뉴스만 골라보는 확증 편향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단단한 바위 같은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바로 경험을 통해서다. 경험은 단순한 정보의 습득을 넘어, 감각과 감정, 그리고 신체적 반응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사건이다. 경험은 우리 뇌에 새로운 뉴런 회로를 만들고, 기존의 연결을 재구성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마치 단단하게 굳은 콘크리트 벽을 부수고 새로운 길을 뚫는 과정과 같다.
경험이 생각을 바꾸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관점의 확장이다. 우리는 각자 제한된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 예를 들어, 한 번도 빈곤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빈곤 문제에 대해 아무리 많은 통계를 접하더라도, 그것은 그저 숫자로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만약 그가 빈민가에서 하루를 보내며 직접 그들의 삶을 보고 듣고 느낀다면 어떨까? 통계라는 객관적인 정보에 공감이라는 주관적인 경험이 더해지면서, 빈곤에 대한 그의 시각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둘째, 감정의 개입이다. 논리적인 설득은 주로 이성적인 영역에 머무르지만, 경험은 감정을 동반한다.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은 우리의 기억을 더욱 생생하고 강력하게 만든다. 우리는 누군가의 논리적인 주장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가슴 벅찬 감동을 받았던 순간은 쉽게 잊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수많은 논쟁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처럼, 감정은 생각의 변화를 위한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
셋째, 내면화와 체화다. 경험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몸이 아는 지식이 된다. 예를 들어, 자전거 타는 방법을 이론적으로 아무리 완벽하게 외워도 직접 타보지 않으면 결코 배울 수 없다. 생각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어도 직접 실천해보지 않으면 삶은 변하지 않는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내면화될 때, 비로소 그것은 진정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된다. 이 과정은 시행착오를 통해 이루어진다. 여러 번 넘어지고 부딪히면서 몸과 마음이 함께 배우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생각은 단단한 껍질을 깨고 성장한다.
역사 속 인물들이나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도 경험을 통한 생각의 변화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넬슨 만델라의 삶이 좋은 예다. 젊은 시절 그는 백인 정권에 대한 증오심을 가지고 무력 투쟁을 지지했다. 하지만 27년간의 감옥 생활이라는 극심한 경험을 통해 그는 증오가 아닌 용서와 화해의 길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깨달았다. 감옥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관점을 모색한 결과, 그의 생각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마더 테레사 역시 마찬가지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풍요로운 삶을 살았지만, 캘커타의 빈민들을 직접 목격한 경험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빈민들의 고통을 직접 피부로 느끼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경험이 그녀의 생각을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추상적인 개념에서 '그들을 내 가족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시켰다.
평범한 우리들의 삶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찾아볼 수 있다. 늘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던 사람이 힘든 시기에 도움을 청하고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경험한 뒤, 타인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그렇다. 혹은 해외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그전까지 가지고 있던 편견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 이 모든 것은 간접적인 정보가 아닌, 직접적인 경험이 생각을 바꾸는 근본적인 원동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생각의 변화는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행동과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해 촉발되는 감정과 성찰의 순환적인 과정이다. 우리는 먼저 행동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도전적인 과제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고, 실패를 경험하고, 성공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이 모든 경험들이 우리의 생각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고, 기존의 틀을 흔들어 놓는다.
만약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봐.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오감을 통해 세상을 느껴. 그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은 단순한 정보의 집합을 넘어, 우리의 삶을 재구성하는 강력한 힘이 될 거다.
생각의 전환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경험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우리에게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길을 탐험하는 용기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