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친구, Power BI와 Power Automate

엑셀 지옥에서 탈출한 이야기

by 구매가 체질

SCM, 특히 구매 업무를 하다 보면 데이터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수많은 공급업체, 시시각각 변하는 자재 단가, 예측하기 어려운 재고 현황까지. 이 모든 숫자는 결국 엑셀이라는 거대한 바다로 흘러들어온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나는 그 바다에서 매일 허우적거리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에 지쳐갈 때쯤, 더 이상 이렇게 일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 반복 업무에 쓰는 시간을 줄여, 정말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자동화 여정’은 시작되었고, 그 길에서 두 개의 강력한 무기를 만났다.


첫 번째 무기: 흩어진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다, Power BI


우리의 업무는 대시보드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대시보드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매일 아침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던가. ERP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필요 없는 행을 지우고, VLOOKUP과 PIVOT으로 씨름하며 수십 개의 탭으로 이루어진 엑셀 파일을 만들었다. 그렇게 완성된 보고서는 만드는 순간 이미 과거의 데이터가 되어버리곤 했다.


Power BI는 이 모든 과정을 뒤엎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내가 기존에 사용하던 엑셀 쿼리 파일을 그대로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아침마다 보고서를 만들지 않는다.


내 자리의 모니터 한편에는 살아 숨 쉬는 대시보드가 항상 켜져 있다. 재고 현황, 입고 지연율, 업체별 매입액 추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단순히 숫자를 나열한 표가 아니라, 의미 있는 그래프와 차트로 시각화된 정보는 나에게 ‘인사이트’를 주었다. 특정 품목의 재고가 왜 계속 부족한지, 어떤 공급업체의 납기 준수율이 떨어지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하고 미리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이상 데이터를 ‘가공’하는 데 시간을 쏟지 않고, 데이터를 ‘해석’하고 ‘전략’을 세우는 데 시간을 쓰게 되었다.


두 번째 무기: 귀찮은 반복 업무를 대신해 줄 나만의 비서, Power Automate


Power BI가 똑똑한 분석가라면, Power Automate는 성실한 개인 비서와 같았다. 나를 가장 귀찮게 했던 업무 중 하나는 매일 특정 폴더에 다운로드되는 거래명세서 파일을 정리하고,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일이었다. 사소하지만 은근히 시간을 잡아먹고, 깜빡하기 쉬운 업무였다.


Power Automate를 이용해 간단한 흐름(Flow)을 만들었다. ‘매일 아침 9시, 특정 폴더에 .xlsx 파일이 생기면 → 해당 파일을 지정된 폴더로 옮기고 → 담당자에게 “파일이 도착했습니다”라는 알림 메일을 보내라.’


이 간단한 자동화 하나가 나에게 놀라운 해방감을 주었다.


처음에는 파일 다운로드 같은 간단한 자동화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특정 조건의 데이터가 대시보드에서 감지되면(Power BI) → 관련 담당자들에게 경고 알림을 보내는(Power Automate)’ 것처럼 두 무기를 연계하는 방법도 시도 중이다.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시스템이 알아서 일을 처리해주니, 나는 더 중요한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화는 거창한 게 아니다.


인간의 뇌가 하루에 집중할 수 있는 총량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복사, 붙여넣기, 파일 정리 같은 단순 반복 업무에 그 소중한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면, 정작 중요한 전략이나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 머리는 이미 방전 상태가 되어버린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여유조차 사라지는 것이다.


Power BI와 Power Automate는 바로 이 소모적인 과정들을 대신해 줌으로써, 나의 뇌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기계가 잘하는 일은 기계에게 맡기고, 나는 비로소 인간이 잘할 수 있는 일, 즉 현상을 분석하고, 본질을 꿰뚫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AI가 일상으로 파고드는 지금과 같은 ‘특이점의 시대’에, 우리 같은 오퍼레이션 부서는 어때야 할까? 일이 많아졌다고 해서 마냥 부하직원을 늘리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구성원 각자가 이런 도구를 활용해 스스로를 ‘자동화’하고, 그렇게 확보된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 이 시대에 맞는 방식이 아닐까.


나의 작은 도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더 이상 어제의 방식대로 일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머릿속, 오늘은 어떤 생각들로 채워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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