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재무팀 일 아니에요?"라는 질문에 답하며
구매팀이라고 하면 보통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가장 싸게 사 오는 부서', '원가 절감(Cost Down)의 선봉장', '협력업체와 밀고 당기는 사람들'. 모두 맞는 말입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구매·SCM 담당자로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더 저렴하게 필요한 자원을 조달할까를 고민해 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아낀 '비용'이 정말 회사의 '이익'으로 온전히 연결되고 있을까?"
저희 회사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용역을 제공하는 서비스 기반 비즈니스를 합니다. 이런 회사에서 손익계산서(P&L)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매출원가(COGS)'입니다. 그리고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구매하는 '자재'보다는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사람(인건비)'과 '외부 용역(외주비)'이 대부분이죠.
비록 제 소속은 구매팀이었지만, 저는 이 거대한 비용 구조에 직접 메스를 대기로 결심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주도했던 '매출원가(COGS) 개선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습니다.
문제의 시작: '밑 빠진 독'은 어디인가?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난 것 같은데, 막상 정산해 보면 이익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분명 계약 금액은 적지 않은데, 막상 들여다보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좀비 프로젝트'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모두가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지만, 아무도 그 원인을 명확히 지목하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매출원가를 '분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재무팀과 협력하여 최근 1년간 수행된 모든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파헤쳤습니다. 저희 같은 용역 서비스 회사에서 매출원가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 직접 인건비: 프로젝트에 투입된 내부 인력의 시간과 비용
* 직접 외주비: 프로젝트를 위해 고용한 외부 전문가, 파트너사 비용
* 직접 경비: 프로젝트 수행에 직접 사용된 소프트웨어, 출장비 등 기타 비용
데이터는 명확한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특정 유형의 프로젝트에서 외주비 비중이 과도하게 높았고, PM의 감에 의존한 인력 투입 계획(공수 산정)이 실제 투입 시간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밑 빠진 독'의 위치가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함께' 만든 개선의 공식: 영업-실행-재무의 연결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책을 찾아야 했습니다. 구매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련된 모든 부서를 모아 데이터를 공유하고 개선 과제를 함께 도출했습니다.
1. 영업팀과는 '시작점'을 바로잡았습니다.
과거에는 영업대표의 경험에 의존해 견적을 내고 계약을 하다 보니, 시작부터 원가율이 높은 프로젝트가 많았습니다. 저희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표준 원가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최소한의 목표 이익률을 확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특히 외주비가 많이 발생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구매팀과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프로세스를 변경했습니다.
2. 개발/실행팀과는 '실행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었습니다.
프로젝트 관리(PM)의 가장 큰 적은 'Scope Creep(슬금슬금 늘어나는 작업 범위)'입니다. 이로 인해 계획에 없던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며 원가가 상승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여 실시간으로 투입 공수를 기록하고 예산과 비교 분석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역량과 단가가 검증된 '선호 공급사(Preferred Vendor) 풀(Pool)'을 만들어 무분별한 외주업체 선정을 막고 비용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3. 재무팀과는 '결과 관리'를 고도화했습니다.
모든 노력이 실제 이익으로 연결되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재무팀과 함께 **'프로젝트별 실시간 손익 대시보드'**를 구축했습니다. 이제 PM들은 본인이 맡은 프로젝트가 현재 얼마의 비용을 썼고, 예상 이익률이 얼마인지 실시간으로 보며 책임감 있게 원가를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매팀의 역할변경:비용 절감을 넘어 가치 창출로
이 프로젝트가 끝난 후, 회사의 평균 프로젝트 이익률은 이전 대비 눈에 띄게 개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더 큰 수확은 구매팀의 역할과 인식을 바꾼 경험 그 자체였습니다.
더 이상 저희 팀은 '요청받은 물건을 싸게 사는 부서'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의 시작인 영업 단계부터 관여하여 리스크를 점검하고, 실행 부서와 협력하여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며, 재무팀과 함께 결과 지표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거듭났습니다.
혹시 당신이 구매 담당자라면, 손에 들고 있는 구매요청서(PR) 너머를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그 비용이 회사의 손익계산서 어디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좇다 보면, 어느새 비즈니스의 핵심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