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한 기사에 당신의 커리어를 걸지 마라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벤처 기사 독해법

by 구매가 체질

어느 날 아침,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훑어보다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를 발견한다.


“A사, 혁신 기술로 시리즈 B 투자 유치… 글로벌 시장 ‘정조준’”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찾던 ‘로켓’이 여기 있었다는 생각에 조급해진다. 당장 채용 공고를 찾아보고, 링크드인으로 관계자를 검색한다. 하지만 그 설레는 마음을 잠시 진정시키고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과연 이 기사는 ‘사실’일까, 아니면 잘 짜인 ‘광고’일까?


수많은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내가 깨달은 것은, 회사가 어려워질수록 언론에 더 많은 돈을 쓴다는 사실이다. 오늘은 당신의 커리어를 구렁텅이에 빠뜨릴 수도 있는 ‘희망 고문형’ 기사의 실체를 해부하고, 그 행간에 숨겨진 진실을 읽어내는 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1단계: ‘희망’을 파는 단어들 걸러내기


성과는 없지만 비전은 보여줘야 할 때, 기업들은 마법과도 같은 단어들을 사용한다. 이 단어들은 문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가리기 위한 연막탄에 불과하다.


MOU 체결 / 맞손 → “일단 만나서 사진 찍고 밥 한번 먹기로 했다” MOU는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친하게 지내보자’는 약속이다. 실제 계약이 아니기에 리스크가 전혀 없어, 성과가 급한 회사들이 가장 애용하는 홍보 수단이다. ‘맞손’이라는 표현만큼 이 관계의 허상을 잘 보여주는 단어도 없다. 정말 손만 잡았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업 가속화 / 박차 → “이제야 일을 시작했다” ‘가속’을 한다는 것은, 이전까지의 속도가 0이거나 매우 느렸음을 인정하는 꼴이다. 멈춰있던 프로젝트를 이제 막 시작하면서 ‘박차를 가한다’고 표현한다. 정말 잘 나가는 조직은 이런 추상적인 표현 대신 ‘분기별 활성 이용자 수 200% 증가’ 같은 구체적인 숫자로 성과를 증명한다.


글로벌 진출 / 시장 확대 → “외국어로 이메일 한 통 보냈다” ‘진출’이나 ‘확대’처럼 거창한 단어에 속지 마라. 영어로 된 홈페이지를 열거나, 해외 박람회에 부스 하나 낸 것을 ‘글로벌 진출’의 신호탄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계약이나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단계에서의 ‘진출’은 그저 희망 사항일 뿐이다.


2단계: ‘불안’을 감추는 사건들 의심하기


때로는 긍정적으로 보이는 큰 사건들이 사실은 회사의 절박한 상황을 드러내는 신호일 수 있다.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마지막 한 방’일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업계 거물급 인사 영입 → “우리가 아직 안 망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물론 훌륭한 인재 영입은 회사의 성장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회사의 내실은 엉망인데, 유독 한 사람의 이름값에 기댄 홍보가 이어진다면 의심해야 한다. 이는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외부의 ‘구원투수’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위험한 도박일 수 있다. “저 사람이 합류했으니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다.


코스닥 상장(IPO) 시동 → “투자금이 바닥나고 있다” ‘상장’은 스타트업 구성원들에게 가장 달콤한 꿈이다. 하지만 ‘상장 준비’와 ‘상장 성공’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추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고 자금이 바닥을 드러낼 때, ‘상장’이라는 키워드는 직원들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인재를 유인하는 마지막 카드가 된다. 하지만 재무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상장 시동’ 기사는, 곧 꺼질 불꽃을 가장 화려하게 태우는 것과 같다.


최종 단계: 모든 것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질문

화려한 수식어와 거창한 계획들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면, 본질로 돌아와야 한다. 복잡한 기사의 내용을 단숨에 꿰뚫는 단 하나의 질문이 있다.


“그래서, 이 회사는 돈을 벌고 있는가?”


투자금으로 운영되는 회사가 아니라,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로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가? 쿠팡처럼 계획된 적자를 감수하는 거대 플랫폼이 아니라면, 수익 모델에 대한 증명 없이 투자금으로만 연명하는 회사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보도자료는 회사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뿐이다. 그 기사를 읽고 설레는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냉정한 질문을 던지는 탐정이 되어라. 당신의 소중한 커리어는, 그럴싸한 기사 한 줄이 아니라 냉철한 검증 위에 세워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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