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감사보고서:돈 버는 회사 맞아?

화려한 투자 유치 소식 뒤에 숨겨진 '진짜 생존 신호' 읽기

by 구매가 체질

당신이 만약 어떤 스타트업에 합류를 고민 중이거나, 혹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무엇을 확인하시겠습니까? 혁신적인 아이템? 뛰어난 팀원?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 돈 벌고 있습니까?


매출이 아무리 높아도 '번 돈'보다 '쓴 돈'이 많다면 회사의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이익을 내기 시작하는 지점, 즉 손익분기점(BEP, Break-Even Point)을 확인하는 것은 그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입니다. 상장사처럼 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스타트업들의 속사정, 의외로 '감사보고서'에 많은 힌트가 숨어있습니다.


1. BEP: '매출 성장'의 함정을 피하는 법

우리는 "전년 대비 매출 300% 성장!" 같은 헤드라인에 쉽게 현혹됩니다. 하지만 재무제표를 열었을 때 '영업손실 -100억'이 찍혀있다면 어떨까요?

손익분기점(BEP)은 간단히 말해 '총수익 = 총비용'이 되는 지점, 즉 '본전'입니다. 이 지점을 넘어서야 비로소 '이익'이라는 것이 발생합니다.


스타트업에게 BEP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자생력의 증명: 외부 투자금(수혈) 없이 스스로의 비즈니스 모델(조혈)만으로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신호입니다.

'투자 혹한기'의 방패: 시장이 얼어붙어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면, BEP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부터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진짜 이익'의 시작: BEP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추가되는 매출은 회사의 '영업이익'으로 쌓이기 시작합니다.


2. 스타트업의 속살, 어디서 보나? (DART)

"비상장 스타트업의 재무제표를 일반인이 어떻게 보나요?"

가장 확실한 답은 DART(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입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DART는 상장사만 공시한다고 생각하지만,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비상장 기업(예: 자산 120억 원, 매출 100억 원 등 기준 충족 시)도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감사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니콘, 예비 유니콘 기업들의 재무 정보가 대부분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PR 자료가 아닌, 회계사의 도장이 찍힌 가장 신뢰도 높은 '팩트'입니다. 물론 '그나마'라고만 말씀드립니다.


3. 실전: 감사보고서에서 BEP 신호 찾는 3단계

감사보고서를 열면 복잡한 숫자에 압도당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BEP의 신호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딱 세 가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Step 1] '손익계산서'를 펼친다 감사보고서에는 재무상태표, 현금흐름표 등 여러 서류가 있지만, BEP를 확인하는 가장 빠른 길은 '손익계산서'입니다. 손익계산서는 회사가 1년 동안 '얼마를 벌고, 얼마를 썼는지' 보여주는 성적표입니다.


[Step 2] '영업이익 (또는 영업손실)'을 찾는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영업이익'은 회사가 '본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의미합니다.

매출액 (물건 팔아 번 돈)

- 매출원가 (물건 만드는 데 쓴 돈)

- 판매비와 관리비 (마케팅비, 인건비 등)

= 영업이익 (or 영업손실)


이 숫자가 플러스(+)면 BEP를 달성한 것이고, 마이너스(-)라면(보통 '영업손실'로 표기) 아직 '쓴 돈'이 '번 돈'보다 많다는 의미입니다.


[Step 3] '추세'를 비교한다 (최소 3년 치) 감사보고서는 보통 2~3년 치 재무 정보를 나란히 보여줍니다. 단 하나의 숫자만 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반드시 '추세'를 봐야 합니다.

가장 긍정적인 신호 (A): 매출액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영업손실'의 폭이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예: -100억 → -50억 → -10억) 해석: 회사가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비용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 BEP 달성이 머지않았다.

가장 위험한 신호 (B): 매출액은 늘어나는데, '영업손실'의 폭도 똑같이(혹은 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예: -50억 → -100억 → -200억) 해석: '출혈 마케팅' 등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일 수 있다. BEP까지 갈 길이 멀다.

가장 완벽한 신호 (C): 드디어 '영업손실'이 '영업이익'으로 턴어라운드했다. (예: -20억 → +5억) 해석: BEP를 통과했다. 이제 스스로 돈 버는 기업이 되었다.


4. 전문가처럼 읽기: '주석'에 숨겨진 함정

숫자만 확인했다면 50점입니다. 나머지 50점은 '주석'에 있습니다.


감사인의견: 손익계산서를 보기 전, 가장 먼저 '감사인의견'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적정' 의견이 아닌, '계속기업가정의 불확실성' 같은 무서운 문구가 있다면 BEP를 논하기 이전에 회사의 존폐 자체를 걱정해야 합니다.

비용의 '질' 확인: 똑같은 적자라도 내용이 다릅니다. '판매비와 관리비' 주석을 열어보세요. 적자의 원인이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비(R&D)' 투자 때문인지, 아니면 통제 불가능한 '광고선전비'나 '인건비' 때문인지에 따라 해석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숫자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의 비전과 성장 스토리는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 스토리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단단한 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땅이 단단한지 아닌지 알려주는 것은 결국 재무제표 속 '숫자'입니다.


DART에 접속해 당신이 관심 있는 그 스타트업의 이름을 검색해보세요.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 추세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화려한 스토리텔링에 흔들리지 않고 숫자에 기반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숫자는 적어도 우리를 배신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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