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말해준 '불편한 진실'

로봇 vs 나

by 구매가 체질

SCM과 구매 담당자. 우리는 스스로를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라 여겨왔습니다. 복잡한 협상, 돌발 변수 대응, 인간적 관계 관리... 이는 기계가 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의 핵심 역량이라 믿었던 그 일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AI에게 가장 손쉬운 '자동화 대상'이라면 어떨까요?


이 글은 스탠퍼드 연구소의 데이터를 통해 SCM/구매 현업자가 가진 위험한 착각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우리가 진짜 집중해야 할 생존 전략이 무엇인지 이야기합니다


1. 믿음과 현실의 격차: 데이터가 보여준 것

우리의 믿음이 '현업자의 착각'일 수 있다는 근거는 스탠퍼드 연구소의 데이터가 명확히 보여줍니다.


핵심은 인간 행위자 척도(HAS, Human Agency Scale)입니다. H1(100% AI)부터 H5(100% Human)까지, AI와 인간이 어떻게 협력하는지를 보여주는 이 척도는 우리 직무의 미래를 냉정하게 평가합니다. 이 데이터를 통해 현업자의 인식과 전문가의 기술적 평가가 어떻게 다른지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2. 구매 관리자(Purchasing Managers): 이미 시작된 동의

먼저 '구매 관리자' 데이터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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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D 값(인식 괴리도)이 0.182로 비교적 낮습니다. 이는 현업자(파란색 선)와 전문가(빨간색 선)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양측 모두 H3 (AI와의 동등한 파트너십)를 가장 일반적인 협업 형태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세부 업무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Analyze market and delivery systems (시장/납기 분석)

Prepare bid awards (입찰 준비)

Review, evaluate specifications (규격 검토 및 평가)

현업자인 우리는 이 업무들을 AI와 함께하는 H3(파트너십)로 인식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기술적으로 H2(AI 주도 자동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합니다.


즉, 우리가 '협상'이라 부르는 대면 업무(H4)는 안전할지 몰라도, 그 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모든 분석과 서류 작업은 이미 H2, 즉 AI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우리도 어느 정도 직감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3. 공급망 관리자(Supply Chain Managers): 가장 위험한 '착각'


진짜 문제는 '공급망 관리자(SCM)' 데이터에서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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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D 값(인식 괴리도)이 0.247로 매우 높습니다. 현업자와 전문가의 생각에 심각한 불일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프를 보십시오. 현업자(파란색 선)는 H3(파트너십)와 H4(인간 주도)가 중심이라고 믿지만, 전문가(빨간색 선)들은 SCM 업무의 상당 부분이 H2(AI 주도 자동화)로 실현 가능하다고 단언합니다.

이 거대한 착각은 세부 업무 목록에서 충격적으로 드러납니다.

Analyze inventories (재고 분석) :

현업자 인식: H4 (인간 주도/AI 보조)

전문가 평가: H2 (AI 주도/인간 감독)


Monitor forecasts and quotas (수요 예측 및 할당량 모니터링)

현업자 인식: H5 (100% 인간의 영역)

전문가 평가: H2 (AI 주도/인간 감독)


이 데이터는 SCM 현업자들이 겪는 가장 위험한 착각을 지적합니다. 우리는 '재고 분석'과 '수요 예측'을 우리의 경험과 통찰력에 기반한 고유의 인간적 역량(H4/H5)이라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릅니다. 그들은 이 업무들의 본질이 '복잡한 데이터의 패턴 인식 및 분석'이며, 이는 AI가 인간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H2 수준의 자동화 영역이라고 평가합니다. 우리는 '분석' 행위 자체와, 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내리는 '최종적인 전략적 판단'을 혼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4. 현실을 알았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이 데이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첫째, H2 수준의 업무(데이터 분석, 예측, 보고서 작성, 시스템 관리)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합니다. 그 영역은 AI가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기계의 일이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둘째, 우리는 확보된 시간을 AI가 절대 할 수 없는 영역에 재배치해야 합니다.

H3 (동등한 파트너십): AI가 완벽하게 분석해 온 예측/재고 데이터를 들고, S&OP 회의에서 타 부서(영업, 마케팅, 생산)를 설득하고 조율하는 일.


H4 (인간 주도/AI 보조): AI가 제시한 최적의 공급업체 리스트를 바탕으로, 복잡한 리스크와 장기적 파트너십을 고려한 '최종 협상'을 타결 짓는 일.


H5 (100% 인간): 데이터에 없는 '블랙 스완' 위기에 대응해 조직의 방향을 결정하고,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학습하며, 복잡한 조직 내 이해관계를 관리하는 일.


결국 AI는 우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전문성'이라 착각했던 반복적인 분석 업무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진짜 '전략가'와 '관계 관리자'가 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내용은 스탠퍼드 대학교 SALT Lab의 'AI 에이전트와 업무의 미래(Future of Work with AI Agents)' 데이터 탐색기를 참조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본인의 직무가 AI에 의해 '자동화'될 영역인지, 아니면 '증강'될 영역인지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아래 링크에서 본인의 직업(Occupation)을 검색해보고, 전문가들이 평가한 '인간 행위자 척도(HAS)' 수준과 현업자가 원하는 자동화 수준의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참고 링크: https://futureofwork.saltlab.stanford.edu/data-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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