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프롬프트와 리더십의 소름 돋는 평행이론
"업무에 AI를 어떤식으로 써?"
동료의 물음에 나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었다.
"몇 번 써봤는데, 영 별로던데? 뻔한 소리만 하고 말이야." 솔직히 그랬다. 현업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굴러온 내 눈에, AI가 내놓는 답변들은 마치 신입사원이 인터넷에서 대충 긁어온 보고서 같았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알맹이는 없는, '좋은 게 좋은 거다' 식의 답변들.
'역시 실무 디테일은 사람이 챙겨야지.' 그렇게 AI 창을 닫으려던 찰나, 문득 서늘한 기분이 스쳤다. 화면 속 AI와 내가 나눈 대화가, 며칠 전 우리 팀원과 나눈 메신저 대화와 소름 돋게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 방안 좀 정리해서 가져와 봐."
내가 AI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팀원들에게 습관처럼 던지는 지시사항이기도 했다. 나는 그동안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것이 센스 있는 직원의 미덕이라 믿었다. 하지만 AI는 내게 냉정한 거울을 들이밀었다. 질문이 모호하면, 답변도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말이다.
나는 AI를 다시 '채용'하기로 했다. 이번엔 멍청한 인턴이 아니라, 유능한 파트너를 모신다는 마음가짐으로 질문을 다시 짰다. 이른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다. 거창한 기술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팀원들에게 해줬어야 했던 '친절한 가이드'를 입력창에 적었을 뿐이다.
첫째, 역할을 부여했다. "너는 글로벌 기업의 xxxx 산업의 베테랑 구매 담당자야."
둘째,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해외 공급사의 생산 이슈로 자재 입고가 2주 지연될 위기야. 이로 인해 우리 생산 스케줄과 충돌이 예상돼."
셋째, 원하는 결과물의 형태를 명시했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 시나리오 3가지를 제안해 줘. 그리고 각 시나리오별로 예상되는 비용과 리스크를 표로 정리해 줘."
엔터키를 누르고 몇 초 뒤, 화면에 뜨는 답변을 보며 나는 무릎을 쳤다. AI는 내가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규제 리스크까지 짚어내고 있었다. AI가 똑똑해진 게 아니었다. 나의 '지시'가 똑똑해진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업무의 많은 부분을 AI와 함께한다. 복잡한 업무 흐름을 시각화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묻기도 하고, 까다로운 거래처에 보낼 메일의 뉘앙스를 다듬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배운 건 최신 IT 기술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소통의 본질이다.
리더의 역할은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다. "알아서 해와"라는 말은 어쩌면 리더의 직무 유기일지 모른다. "우리의 목표는 이것이고, 현재 상황은 이러하니, 이런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보자"라고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그것이 AI에게도, 그리고 우리 팀원들에게도 최고의 성과를 끌어내는 열쇠였다.
사람들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까 봐 걱정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AI 자체가 나를 대체하진 않을 것이다. 대신, 'AI에게 제대로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과거의 리더십이 '누구보다 많이 아는 것'이었다면, 미래의 리더십은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데이터와 정보는 AI가 순식간에 찾아준다. 그 정보들 사이에서 맥락을 읽고, 비즈니스의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던지는 건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오늘도 나는 엑셀 대신 프롬프트 창을 연다. 그리고 고민한다. 어떻게 질문해야 우리가 원하는 '진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이 고민이 나를 더 나은 실무자로, 그리고 더 나은 리더로 만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