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바뀔 수 있을까? 끌개 이론으로 본 조직의 운명

문과생이 바라본 회사를 이해하는 물리학

by 구매가 체질

물리학을 전공했거나 깊은 지식이 있는 분들에게는 하찮게 보일지 모르지만, 인간 군상을 물리학으로 바라보면 놀라운 통찰과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실험적으로 써봅니다.


"우리 회사는 안 변해. 안돼! 안돼!"


많은 직장인들이 체념처럼 내뱉는 말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회사는 정말 바뀔 수 없는 존재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복잡계 물리학의 끌개 이론(Attractor Theory)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끌개란 무엇인가?

물리학에서 끌개(Attractor)란, 어떤 시스템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 도달하게 되는 안정적인 상태나 궤적을 의미합니다.


계곡 풍경을 상상해 봅시다.

어디에서 공을 굴려도 공은 결국 가장 낮은 골짜기 바닥으로 굴러가 멈출 것입니다. 이 골짜기 바닥이 바로 '끌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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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개 이론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초기의 불확실성 고리 위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계를 서술하는 방정식이 비선형이기 때문이다."- 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팀파머)


이 문장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두 가지 핵심이 있습니다.

1. 비선형성(Non-linearity)
시스템의 반응이 투입에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1만큼 노력한다고 1만큼 변하지 않고, 10만큼 노력해도 꼼짝 않다가 특정 지점을 넘어서야 폭발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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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기 조건 민감성
변화를 시작하는 '최초의 지점'과 '방식'이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만듭니다. 어설픈 시도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관성'이라는 강력한 끌개

회사는 사람, 자본, 문화, 프로세스가 얽힌 하나의 복잡계(Complex System)입니다. 그리고 모든 회사에는 아주 강력한 '끌개'가 존재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관성(Inertia) 또는 '늘 하던 방식(Business as usual)'이라고 부릅니다.

보고 체계와 회의 방식

성과 평가 기준

성공과 실패에 대한 암묵적 보상과 처벌

오래된 직원들의 습관과 사고방식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중력장처럼 작용하여 회사의 모든 활동을 기존의 안정된 골짜기로 끌어당깁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도, 혁신적인 인재가 들어와도, 결국 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원래의 방식으로 회귀하는 현상을 수없이 목격합니다. 공을 골짜기 반대편으로 보내려 살짝 밀어봐야 다시 제자리로 굴러 내려오는 것과 같습니다.


변화의 시작점: '불확실성 고리'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그렇다면 회사는 영원히 이 골짜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요? 끌개 이론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다만, 어설픈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경고할 뿐입니다.


회사를 바꾸기 위해서는 시스템에 강력한 '에너지'를 투입하여 현재의 끌개(관성의 골짜기)를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끌개(새로운 비전과 문화)의 영향권으로 진입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초기의 불확실성 고리 위치'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변화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어디에, 어떻게 그 최초의 충격(Boom!)을 가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1. 리더십의 비선형적 개입

점진적인 개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CEO나 리더십 그룹이 "이제부터 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간다"고 선포하고, 기존의 방식을 부정하는 비선형적이고 파괴적인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예산 재분배, 조직 개편, 핵심 인력 교체 등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실제 행동이어야 합니다.


2. 새로운 '끌개'의 설계

단순히 현재 상태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구성원들이 매력을 느끼고 기꺼이 빨려 들어갈 새로운 '골짜기', 즉 명확하고 강력한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왜 이 변화를 해야 하는가?", "변화의 끝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답이 새로운 끌개가 됩니다. 이 끌개가 강력할수록 기존 관성의 중력을 이겨내기 쉽습니다.


3. 결정적 순간(Tipping Point)의 창출

모든 구성원이 점진적으로 바뀌길 기다릴 수 없습니다. 변화를 주도하는 소수의 핵심 그룹(Critical Mass)이 먼저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며 작은 성공(Small Win)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 성공이 임계점을 넘어설 때, 변화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 조직 전체로 퍼져나갑니다. 이것이 시스템을 새로운 안정 상태로 이끄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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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바뀔 수 있다

결론적으로, 회사는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여러 사람이 조금씩 노력하는 선형적 과정의 결과가 아닙니다. 그것은 강력한 리더십이 명확한 비전(새로운 끌개)을 제시하고, 조직의 핵심(초기 조건)에 강력하고 비선형적인 충격을 가함으로써 기존의 관성(오래된 끌개)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태로 시스템 전체가 이동하는, 극적이고 양자적인 도약(Quantum Leap)에 가깝습니다.


"우리 회사는 안 변해"라는 말은, 어쩌면 그동안 우리의 노력이 공을 골짜기 밖으로 밀어낼 만큼 충분히 강력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았다는 고백일지 모릅니다.


제대로 된 위치에, 충분한 에너지만 가한다면, 어떤 공이든 다른 골짜기로 넘길 수 있습니다. 회사라는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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