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뇌, 그리고 건강한 회사가 가르쳐준 것들
매일 아침, 나는 여러 장의 비교견적서를 펼쳐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누군가는 더 저렴하고 간편한 하나의 거래처를 정해두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여러 업체의 조건을 꼼꼼히 비교하며 저울질한다. 이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습관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자연과 뇌, 그리고 건강한 조직의 생존 방식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원칙을 실천하는 행위다.
자연은 결코 '올인'하지 않는다
자연을 보라. 자연은 결코 하나의 해결책에 '올인'하지 않는다. 드넓은 숲은 단 하나의 종으로 채워지는 법이 없으며,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서로 얽혀 복잡한 생태계를 이룬다.
특정 병충해가 돌아 하나의 종이 위협받더라도, 다른 종들이 그 자리를 메우며 숲 전체의 생명력을 유지한다. 만약 숲이 단 하나의 종에만 의존했다면, 그 숲은 작은 변화에도 쉽게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자연의 위대함은 이처럼 ‘다양성을 통한 위험 분산’에 있다. 하나의 해결책을 고수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선택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길이기도 하다.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
이러한 지혜는 놀랍게도 우리 머릿속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 우리의 뇌는 좌뇌와 우뇌라는 두 개의 '독립된 부서'가 같은 기억을 나누어 저장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논리와 분석을 담당하는 좌뇌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때, 직관과 창의력을 관장하는 우뇌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며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좌뇌와 우뇌가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하고 때로는 충돌하는 과정, 이것이야말로 ‘뇌 안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다. 만약 우리 뇌가 한쪽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였다면, 우리는 편협하고 독단적인 결정에 갇히게 될 것이다. 좌뇌와 우뇌의 건강한 협력과 견제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통합적이고 현명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좋은 회사는 ‘건강하게 다투는’ 곳이다
그리고 이 원리는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라는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내가 속한 구매팀이 늘 비교견적을 통해 ‘최적의 비용’을 주장한다면, 현업 부서는 ‘최상의 성능과 품질’을 외친다. 그리고 재무팀은 이 모든 것을 ‘예산의 틀’ 안에서 냉정하게 평가한다.
이 세 부서의 목소리는 때로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을 ‘소모적인 갈등’이 아닌 ‘건강한 논쟁(Healthy Argue)’이라 부른다. 어느 한 부서의 목소리가 일방적으로 다른 부서를 압도하는 회사는 반드시 문제를 겪게 된다. 현업의 필요성만 강조하다 보면 예산이 낭비되고, 재무의 논리만 앞세우다 보면 혁신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결정의 권한이 구매, 재무, 현업 등 여러 부서에 분권화되어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맞출 때, 회사는 비로소 가장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좋은 회사의 증거다.
결론: 하나의 정답을 의심하라
자연, 뇌, 그리고 회사.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이 모든 시스템이 알려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권한은 분산되고,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며, 건강한 논쟁이 이루어지는 곳에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답이 있다.
오늘도 나는 여러 장의 견적서 앞에서 고민한다. 이 고민의 시간이 단지 몇 푼의 돈을 아끼는 행위를 넘어, 우리 조직을 더 건강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임을 믿는다.
당신이 속한 곳은 어떤가? 하나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지는 않은가? 때로는 가장 확실해 보이는 하나의 정답을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발전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