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우리는 종종 100년 인생을 이야기합니다.
유년기를 지나 청춘을 불사르고, 중년의 안정을 거쳐 노년의 지혜에 이르는 장대한 서사를 머릿속에 그립니다. 10년 뒤의 계획을 세우고, 은퇴 후의 삶을 걱정하며 미래라는 시간을 저축하듯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실제로 발 딛고 숨 쉬는 현실은 언제나 '오늘'이라는 단 하루입니다.
사람은 결국, 하루를 살아갑니다.
어제는 이미 지나간 기억이며,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가능성일 뿐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실체는 동이 트고 별이 잠들기까지의 이 하루뿐입니다. 그 하루 안에 한 생애의 축소판이 담겨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은 탄생의 경이와 같고, 하루 동안 겪는 희로애락은 삶의 여정과 다르지 않으며, 고단한 몸을 뉘어 잠이 드는 것은 평온한 죽음을 닮았습니다.
우리는 이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세상을 만나고, 사람과 관계를 맺고,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아침 커피의 따스한 온기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고, 예기치 못한 어려움 앞에서 좌절하며,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에 잠시 시름을 잊기도 합니다. 이 모든 감정과 경험의 파편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하루를 채웁니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유보하고, 먼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당연하게 여기는 삶은 어쩌면 신기루를 좇는 것과 같을지 모릅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거대한 삶을 좇다가, 손안에 쥐어진 유일한 보물인 '오늘'을 놓쳐버리는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짓눌리기보다, 오늘 주어진 나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대단한 성취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충실히 느끼고 경험하는 것.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순리를 몸으로 느끼고, 스치는 바람에서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눈맞춤 한번 건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가 쌓여 어제가 되고, 또 다른 하루가 더해져 나의 생이 되어갑니다. 잘 살아낸 하루하루가 모일 때, 우리의 삶은 비로소 그 자체로 단단하고 의미 있는 역사가 될 것입니다.
결국 사람은, 소중한 하루를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