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날개

by 정용수

바람을 견디지 못한 내 詩는

내 키 높이까지만 자랐다.


연약한 詩의 날개는

동네 낮은 담벼락도 넘지 못해

골목 안만 맴돌았다.


詩의 울림도 작아

사람 많은 곳에 가면

詩의 소리는 쉽게 묻혀버렸다.


때론 한심하고

때론 섭섭하다 가도

내 키 만큼이나 자란 詩가

한 번씩은 대견하고 고마웠다.


주목 받는 詩가 아니어서

변명이 필요 없는

자유로운 詩가 된 건

다행한 일이었다.


배고픈 날의 기도처럼

소박하고 간절하여

골목 안 몇 사람의 마음에

위로의 詩가 된 건 행운이었다.


동네 담벼락에 아이들 낙서로

남아 있는 낯익은 내 詩를

발견하는 날은 참 행복했었다.


요란한 대중을 싫어하는 천성 탓에

대중도 나를 싫어함은 당연한 일이라

마음 상하진 않았다.


기다려 주지 않는 무정한 세월 앞에

내 키만큼의 詩라도 남긴 건

두고두고 잘한 일이다.


그래, 이만하면 됐다.

철없는 내 詩는 무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상실로 얻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