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오른쪽 장갑을 잃어버렸는데
올해는 왼쪽 장갑을 잃어버렸다
참 다행한 일이다
남겨진 장갑 둘이
제 짝처럼 쓸모 있게 되었다
상실은 언제나 속상하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아픔으로 인해 남겨진 것들은
동행의 소중함을 더 깊이 배우는지도 모른다
온전한 두 짝보다
상실의 아픔을 경험해 본
남겨진 두 짝이
서로를 더욱 간절히 끌어안는지도 모른다
우리네 삶에서도
버려진 사람들끼리
혹은 남겨진 사람들끼리 만나
더 뜨겁게 사랑함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세상에 흠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서로의 부족을
사랑으로 메우며 살아감이 행복인 것을
한쪽만 남게 된
쓸모없는 장갑 끼리 만나 살아도
인생은 여전히
고맙고 아름다운 축복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