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로 얻는 사랑

by 정용수

작년에는 오른쪽 장갑을 잃어버렸는데

올해는 왼쪽 장갑을 잃어버렸다

참 다행한 일이다


남겨진 장갑 둘이

제 짝처럼 쓸모 있게 되었다


상실은 언제나 속상하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아픔으로 인해 남겨진 것들은

동행의 소중함을 더 깊이 배우는지도 모른다


온전한 두 짝보다

상실의 아픔을 경험해 본

남겨진 두 짝이

서로를 더욱 간절히 끌어안는지도 모른다


우리네 삶에서도

버려진 사람들끼리

혹은 남겨진 사람들끼리 만나

더 뜨겁게 사랑함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세상에 흠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서로의 부족을

사랑으로 메우며 살아감이 행복인 것을


한쪽만 남게 된

쓸모없는 장갑 끼리 만나 살아도

인생은 여전히

고맙고 아름다운 축복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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