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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화된 경청

by 정용수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상대가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낮은 목소리로,

조금은 어눌하게 지루한 이야기를 해도

넉넉한 마음으로 들어 주고 공감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자신의 발언이 수용되지 못하리라는 불안은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언어를 남발하게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수용되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또 거칠어집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고픈 SNS의 단어들은

그래서 참 자극적입니다.

솔직하긴 한데 언어의 품격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삶에서 점차 격조 있는 언어가 사라지는 건

우리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주는

상대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느긋하게 들어 주려는 사람이 없기에

말의 속도는 또 얼마나 빨라지고 압축되어 가는지요.


한 사회의 품격은

그 사회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좀 더 성숙한 경청의 자세로 살아간다면

부부간의 대화가,

교사와 학생의 대화가,

직장 동료들 간의 대화가,

낯선 사람들과의 일회적인 대화까지도

좀 더 품격 있는 언어로 채워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훨씬 더 깊은 소통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생활화된 경청으로

나와 내 이웃의 언어를 품격 있게 만들어 가는

멋쟁이들이 우리 사회에 많아지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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