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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닳아 가는

by 정용수

험한 길을 달리며

함께 닳아 가는

자동차의 네 바퀴처럼

모진 세월 앞에서는

함께 닳아 가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만나

마음 무너지는 날에도

함께 울고, 웃으며

우린

같은 속도로 늙어 가야 한다


아픈 세월 속에

저 혼자

멀쩡한 모습으로 산다는 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우리 인생의

마지막 자랑거리는

함께 극복한

아픔의 흔적들뿐일 텐데

닳아서 사라짐을

겁내지 말아야 한다


삶의 고된 여정 마치는 날

수고로 거칠어진 우리 손을 잡고

고마워서 울어 줄 한 사람만 있다면

그걸로 우리 인생 충분하지 않을까

영정 속 미소가 다소 쓸쓸해 보여도

아름다운 인생이었다 말해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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