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짓습니다

by 정용수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일들은

‘만든다’라고 하지 않고 ‘짓는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전기밥솥이 없던 시절

센 불과 약한 불을 구별하는 세심한 정성과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던 밥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었습니다.


집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입니다.

詩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입니다.

이름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입니다.

천이 귀하던 시절엔

옷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인생 여정 가운데에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 수 없기에

시간과 정성을 들여 ‘지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족 간의 화목이 그렇고

친구 간의 우정이 그렇고

사제 간의 신뢰가 그렇고

자신이 이루어야 할 소중한 꿈들이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완제품으로는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것들 입니다.


이젠 밥도, 옷도, 집도 타인이 만들어 놓은 것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편리한 시대를 살게 되면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짓는’ 일들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하게 살려고 만든 물건들이

오히려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현상을 자주 보게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우리에겐 여전히 ‘짓는 일’들이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껏 밥을 짓고, 집을 짓고, 옷을 짓고

소중한 자녀들의 이름을 짓고,

함께 詩를 지으며 사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오늘 하루도

내게 필요한 소중한 것들을

시간과 정성을 다해 ‘짓는’

착한 인생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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