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

by 정용수

우리 몸의 중심은 몸 중앙에 있는 배꼽이 아니라

내 몸의 ‘아픈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참 공감이 가는 말이었습니다.


발가락을 다치면 온몸의 신경이 발가락으로 모여

발가락이 내 몸의 중심이 되고,

귀가 아프면 귀가 내 몸의 중심이 됩니다.

이런 원리로 열 손가락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손가락도

아픈 손가락입니다.


자기 몸이 아플 경우, 혹은 자기 가족이 아플 때는

아픈 곳이 우리 삶의 중심이 되는 원리가 잘 적용되지만

가족의 영역을 넘어서는 아픔에 대해서는

이런 원리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이기적 존재인 우리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고통 받는 사람이 있는 곳을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수 있는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은 결코 많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픈 곳

인도 콜카타 빈민촌으로 간 테레사 수녀나,

아프리카 수단의 가난한 마을로 찾아간 이태석 신부님은

세상의 중심에서 살다간 위대하고도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독일의 산림 전문가 페터 볼레벤이 쓴

<나무수업 -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에 따르면

숲에서 운 좋게 햇빛 잘 받는 자리를 차지한 나무는

저 혼자 우뚝 자라지 않고 그렇지 못한 나무가

발육부전으로 뒤처지지 않도록

표 안 나게 땅 밑 뿌리를 통해 허약한 옆 나무들에게

자신의 영양분을 나누어 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숲의 나무들은

서로의 높이를 맞추어 간다고 합니다.


옆 나무의 성장을 침범하는 혼자만의 성장은

결국 숲 전체의 파멸로 이어져

결국, 자신도 성장할 수 없음을

나무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내 몸의 아픔을 극진히 다루듯

내 이웃의 아픔을 돌아보며 살아야 하는 이유도

결코,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혼란한 시대에 목소리 큰 사람보다

‘아픔이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함을

이해하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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