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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그리움

by 정용수

노을 번지는 강 언덕마다

네 얼굴이

버티고 서 있더라


풍경이 아름다워 물어서

찾아간 낯선 곳에서조차

네 슬픈 얼굴이

먼저 와 서 있더라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난

여행의 끝은

오래된 너의 기억들로 마무리되고

돌아오는 내내

마음만 더욱 아팠다.


외롭던 청춘의 어느 하루

네 먼저 찾아와

내 이름 한 번

불러 준 것이 다인데


세월 가도 지워지지 않는

이 그리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함께 걷던 골목길의 가로등

낮은 담벼락의 오래된 무늬들

길모퉁이 집 낡은 창문틀까지

너는 벌써 잊었을 그 먼 기억들을

나는 왜 이리도 오래 기억하고 사는지


소유한 적이 없기에

잃어버린 적도 없는

혼자만의 사랑


온전하게 마음 한번

전하지 못한

그 오래된 미련에서

지독한 그리움의 이유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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