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전히 요란하지만
들판의 곡식과 나무들은
알뜰히 열매를 맺어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때에 맞추어
자신만의 열매를
최선을 다해 맺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변함없는 성실함으로
아름다운 가을을 선물하는 자연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다하지 않고
때론 태풍 같은 시련이 있어도
자신만의 원칙 하나 단단히 세워놓고
작은 햇빛, 바람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거두고 모아 기어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내어놓습니다.
네 편, 내 편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맑은 얼굴로 맞아주는
들꽃을 보노라면
뜻 모를 슬픔이 밀려옵니다.
화려한 말(言)은 많아도
묵묵한 실천은 보기 힘든 세상에
짧은 가을 들판 산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착하고 깨끗한 자연의 진심은
고맙고도 가슴 벅찬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