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례

by 정용수

내 오후의 평온한 안식에는

당신의 생채기 난 기도가 있었습니다.


저녁 따뜻한 한 끼 밥상에는

헐벗은 당신의 자존심이 배어있었습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소유의 반 이상은

당신의 지난한 땀으로부터 왔습니다.


기울어진 세상에 미끄러지지 않고

평평하게 서 있을 수 있었던 것도

묵묵히 그 무게를 감당한

당신의 희생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처음부터 내 것은 하나도 없었는데

당신의 것을 내 것처럼 자랑하며 살아온

나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차츰차츰 잊혀 질 세월이지만

부족한 나의 목마름과 눈물도

누군가의 평온한 오후를 완성하는

작은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비우고 비워

더 맑은 울림을 배워가는 낡은 종처럼

내 삶도

누군가의 외로운 날 하루 정도는 책임지는

맑은 노래였으면 좋겠습니다.

지친 마음 어루만지는

다정한 한편의 詩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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