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로 작
덩기덕 쿵 덩기덕 국악 장단보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서양음계를 먼저 배우고 알았듯이
고흐를 먼저 알았고
마티스의 춤을 먼저 알았다
가까이를 못 보고 먼 곳만 바로본 꼴이다.
말년 고국에 대한 애틋한 감정만 품은 체
그는 머나먼 타국에서 심장마비로 86세의 나이로 타계하셨다
늘 고국의 소식에 귀 기울이며 그 애타는 마음들을 다시 화폭에
담았다. 그중 군상시리즈는 한국인의 정서가 묻어난 작품들이다.
1980년 5월 18일 젊음의 군상들이 낙엽처럼 떨어져 내리던 날
프랑스에 있던 이응로화백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졌고 그는 붓을 들어 폭력에 저항하는 민주화를 부르짖는 민중의 외침이 한국에 전해지기를 바라며 군상을 그렸다. 그렇게 군상의 시리즈가 시작이 되고 한 맺힌 응어리는 춤추는 군상으로 표현되었으리라. 너무도행복해서 기뻐 날뛰어 표출되어야 할 춤사위가 이토록 애절한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모르고 보는 그림에서 기쁨과 희열의 춤사위를 보았다면
고암의 혼이 스며든 저 춤사위는 아픔과 절망과 슬픔의
눈물 어린 춤사위이다.
지금 내 눈엔 검은 피 흘리는 슬픈 군상의 춤사위가 어른거린다.
언젠가 마티스의
춤처럼 이응로의 저 춤사위가 행복과 기쁨에 찬 춤사위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