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근
갈대숲의 가을을 바라보며
깊어가는 가을을 느낄참이었다.
쓰러져가는 기둥들 사이로 흘러내리는
혈액같은 잔해를 바라보며 내마음의
깊은 시름이 ’툭‘하고 떨어져 내린다.
무겁게 차오르는 감정의 침잠은
끝도모를 곳으로 가라앉는다.
밝고 맑은 생각을 곧추 세우기 위해
아름답고 청한 모습만 보려고 애써왔다.
오늘 저 그림 한점으로 애써 밝아오던
마음의 환희가 잿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그래도
아직 기어코 버티고 서 있는 너를
간신히 발견하고 난 위로 받고자 한다.
쓰러지고 사라지는 세월들속에
아직 남아있는 생의 자락이 있기에
그 끝자락 붙잡고 나도 간신히
버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