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견 모리
모찌가 우리 집에 오고 난 후 우리 가족은 어린 모찌를 건강히 키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기울였다.
간식도 만들어서 먹이고 살뜰히 보살피며 자라는 과정들을 눈여겨 지켜보았다.
활기차게 온 집안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사람과 장난도 칠 줄 아는 영리한 모찌였다.
함께 있을 땐 이리도 활달하고 애교쟁이 모찌가 사람 없는 집에서 그 긴 시간을 뭘 하며 지낼지 궁금하여 집에 CCTV를 설치하였다. 아내와 나는 직장으로 애들은 학교로 모두 가고 없는 빈집을 지킬 어린 모찌를 생각하며 카메라를 확인하는데 우리 모두는 모찌의 행동에 말문이 막혔다.
우리가 집을 비운 그 긴 시간 동안 모찌는 현관 중문 앞에서 종일 현관문만을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그 모습에 우리 가족모두는 너무도 마음이 아파왔다. 그 어린것이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보내고 있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우리 모두를 죄인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가족회의를 통해서 우리가 없는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남자 친구를 만들어 주기로 하고 샵에 있는 공장출신 강아지가 아닌 가정분양 강아지를 찾아냈고 그 강아지를 만나기 위해 부산의 어느 가정집으로 갔다. 우리 가족은 그곳에서 네 마리의 어린 새끼 강아지들 중에 한 마리를 분양받아서 서울로 올라왔다.
이름을 모리라고 지어주고 한번 키워낸 경험으로 정성껏 돌보며 키웠는데 한 달이 될 무렵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우리가 선택한 인연이어서 잘 키워야지 생각하며 키웠는데 어느 날 심장 이상으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태가 찾아와 급히 차를 몰고 동물병원으로 갔지만 몇 시간의 치료에도 모리는 가느다란 눈망울만을 남긴 채 그 어린 생명의 불꽃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마지막 인사를 하라는 수의사의 말에 우리 가족 모두는 어린 생명을 지켜내지 못한 미안함과 짧은 생을 마감하고 떠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힘없이 누워서 마지막 숨을 내쉬고 있는 어린 모리를 앞에 두고 우리 모두는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모리를 갑작스레 보내고 얼마가 지난 후 다시 가정견을 분양받아 아이의 이름을 뭐로 할까 고민하다가 먼저 간 모리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같은 모리로 이름을 지었다.
모리는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고 1년이 되던 해에 뜻하지 않게 모찌를 임신시키는 내공을 발휘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제왕절개로 어렵게 두 마리의 새끼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 아이들이 하루와 하치다.
모든 강아지들이 다 특징이 있고 이쁘기만 하지만 그래도 내게 더 애착이 가는 강아지는 모리이다.
아빠지만 아빠의 자리는 눈곱만큼도 없으며 아빠보다 덩치가 커버린 아들 하치의 견제로 늘 눈치 보며 뒷자리를 차지하는 서열 4위 가련한 모리를 나는 젤로 좋아한다. 서열 열외인 나를 보는듯해서일까? ㅠㅠ
가장 잘 생기기도 했지만 음식을 달라고 할 때면 서서 두발을 공손히 앞으로 저으며 내보이는 애교는 가히 살인적이다.
눈동자가 작아서인지 하얀 자위가 보여서 모리의 눈 돌리는 모습이 다 보이는데 여간 귀엽지가 않다.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네 마리가 동시에 짖어대는 통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지만 반가움을 표하며 내 다리 사이로 들어가 왔다 갔다 하며 등을 문질러대는 모습은 모리만이 하는 특이한 반가움의 표현이며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않는 오직 나에게만 선보이는 반가움의 표현이다.
그러니 이 가엾고 귀여운 애교만점의 모리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도 모리는 눈동자를 굴리며 눈치 보는 듯 바라보고 앞발로 주세요~~를 표현해 낸다.
식사 때면 각자의 밥그릇에 사료를 담고 ’ 하우스‘라고 외치면 젤먼저 자신의 게이지로 가서 밥오기를 기다리는 귀여운 아이다.
하치가 없는 침대에 눈치 보며 올라와 내 곁을 지켜주는 소심한 모리는 코로 내손을 들이밀며 쓰다듬어 달라고 적극적인 제스처를 한다. 이 녀석 귀엽기가 하늘을 찌른다. 오늘 아침에도 하치의 방어방을 뚫고 내게로와서 내베개를 공유하고 같이 잠을잤다.
오늘도 난 우리 모리를 젤로 아끼며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