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살면서 도자기에 대한 애착은 없었고
지식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어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청자를
보면서 도자기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많은 도자기들 중 청자 물병이 유독 마음을
끌었다.
청자도 아니면서 백자도 아닌 은은하게 번져있는
청자빛 물병을 보면서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도자기 중에 으뜸이었다.
저 빛깔을 어디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어 돌아 나오면서 다시 들어가 보고 나왔다
화려하지 않았다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연청자 빛깔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색인 양
조용히 수줍은 듯 내보이고 있었다
꽃잎처럼 새겨진 바닥면엔
크지 않은 물병을 안전하게 받히고
참외 같은 몸체는 미끈하지 그지없다
수백 년의 세월을 거침없이 살아온
물병하나는 그때 그 빛을 고스란히
유지한 체 현재에도 빛나고 있다.
변하는 세월 속에 변하지 않고
버텨낸 저 굴기가 부럽기만 하다.
인골이 진토 되고
철이 녹슬어 사라지는 긴 세월 동안
저 자태 저대로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사랑을
느끼며 지내왔을까!
사람의 온기와 정성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다 싶다.
한 사람을 키워내는 일 역시 그렇게
정성과 사랑과 온기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다.
이제 성인이 된 자식들을 보며 더는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 없는 나이가 돼버렸지만
아쉬운 마음에 손길이 자꾸만 간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사랑이 답이고
따뜻한 온기로 감싸 안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