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한 나의 레시피
30년 이상을 아내가 해준 아침으로 삶을 이어왔다.
신혼 초 직원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번도 아침을 거른 적 없다는 나의 말에 다들 대단하다는 말로 나를 치켜세워었다.
그때의 아침 식사 버릇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본인의 아침식사를 위해 이어진 건지 남편을 위한 주부의 마음이었는지 궁금해지긴 하지만 나를 위한 아내의 희생이었다고 잠절 결론을 내려본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 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아침을 거르게 한 적이 없다는 건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고 또한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아내를 위해 아침 식단을 준비해서 아침을 차려준 적이 아내의 생일상 몇 번을 제외하면 없다는 것도 틀임 없는 사실이다.
어쩜 그건 실로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아직 아침잠에서 깨어나기 전 아내는 가족들을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모든 준비가 마치면 가족들을 깨워아침을 먹이고 그리고 출근 준비를 해서 출근을 하는 그 지난한 아침 루틴을 30년이 넘도록 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실로 존경스러운 일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불평 없이 아침을 준비해 준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 역시 다분히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요리에 문외한인 내가 아침을 준비한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어서 뭔가 간단히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아침 식단을 준비하기로 맘먹었다.
유튜브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아침 식단이 두루 소개되고 있었다. 그중 두 가지를 골라 아침을 준비해 보기로 했다.
아내에게 필요한 식재료를 부탁하니 새벽에 집 앞으로 모든 재료들이 도착해 있었다.
오늘부터 아침은 내가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사과를 깎고 브로콜리를 뜨거운 물에 데치고 양배추와 당근을 작게 썰고 요거트를 떠서 접시에 담고 준비한 재료들을 소복이 올리니 제법 비주얼은 합격이다.
이제 양배추와 당근을 달걀 푼 양푼이에 넣고 잘 섞어서 프라이팬에 잘 굽기만 하면 된다.
구워보니 당근이 빨리 익지 않아 좀 더 얇게 펴서 구워야겠고 또한 당근은 좀 더 잘게 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그렇게 노릇하게 구워서 쟁반에 올려놓고 과일채소 요거트를 식탁에 차려놓으니 제법 아침상이 준비되었다.
처음 아침 식단이라 별것 아니지만 준비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그래도 이 모든 것들은 경험에 의해 차츰 단축되리라 생각한다. 가족이래야 아내와 나 그리고 딸이 전부이지만 차려놓은 식탁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모습을 보니 뿌듯하기 그지없다.
첫 아침식단이라 뭔가 엉성하고 제대로 된 상차림은 아니지만 식단을 계속 연구해서 더 맛있고 영양 가득한 아침상을 개발해 나갈 생각이다.
남편의 아침 식사에 아내는 뭐 거창한 게 나오려나 했는데 고작 이것이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그래도 내심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앞으로 더 멋진 아침을 위해 나는 더 연구해 나갈 생각이다.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수고한 아내를 위한 나의 보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