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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n 12. 2023

코스타리카 따라주

따라주 농장 방문기

코스타리카 산호세에 도착해서 시내 호텔에 여장을 풀고 일행들과 함께 커피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를 보내고 기대에 부푼 아침을 맞이했다.  든든히 아침을 챙겨 먹고 일행 모두는 드디어 차량에 탑승하여 따라주 커피 산지로 향했다. 한계령 같은 고갯길을 3시간 동안 가는 그 길 내네 산들이 온통 커피나무로 뒤덮여 있었다. 이렇게 어마무시한 커피나무 광경을 보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비포장의 산길을 굽이굽이 지나서 오로지 내 눈엔 커피나무밖에 보이지 않는 길을 달리고 또 달리다 보니 해발 1800미터에 위치한  커피 농장에 드디어 도착할 수 있었다.


직접 커피농장의 대지에 발을 딛고 영험한 수호신 나무를 보듯 경외하는 눈빛으로 실물을 영접했다. 그 감격을 어찌 미흡한 필력으로 감히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마당엔 온통 파치먼트(체리에서 과육을 완전히 제거하고 남겨진 상태) 상태의 생두들이 중남미의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바삭거리며 말라가고 있었다. 커피 교과서에서만 보던 파치먼트 그걸 내 두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주어진 것 자체가 내겐 너무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농장주로부터 품종에 대한 소개를 받고 이곳 농장에서 자라는 커피의 품종에 대한 설명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들으려 두 구이 쫑긋 세우고 들었다. 그러나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는 하나도 내 귀에 박히지 않았다. 여긴 스페니시를 사용하는 나라이니... 결국 일행의 도움으로 대략적인 설명을 들으며 살아있는 커피 교육을 받게 되었다.

빨간 체리만 커피나무에 달려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곳엔 노란 체리가 달려있어서 난 깜짝 놀랐다.

세상에 노란색 체리가 있다고? 궁금증에 물어보니 옐로 카투아이 품종이란다. 그땐 그렇게 아직 커피에 대해 뭘 모르던 시기이기도 했다. 오! 놀라워라! 노란색 체리라니. 맛도 궁금해서 잘 익은 빨간 체리와 노란 체리를 맛보아도 색상만 차이가 날뿐 체리맛에는 특별한 차별점을 발견하진 못했다. 설명으로는 둘 다 차이는 없다고 한다. 

나는 그곳에서 첨으로 생두를 말리는 광경들을 목격했고 커피나무에 둘러싸여 황홀한 농장 견학의 시간을 보냈다.

설명으로는 중남미 대부분의 농장들이 외국인 소유로 넘어가 있는 반면 코스타리카는 대부분 자국민 소유의 농장을 운영하며 아라비카만을 100프로 생산한다(커피의 품종은 크게 로부스타와 아라비카로 나눠지는데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서 생산되는 커피가 로부스타종이고 그 외 지역(아프리카, 중남미등)에서 해발 7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서 생산되는 고급품종이 아라비카종인데 코스타리카는 법적으로 아라비카만 생산하도록 되어있다) 조합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각 농장에서 들어온 생두들을 로스팅 후 선별해서 등급을 매기고 조합을 통하여 판매도 이루어지는 체계적인 생산 및 판매관리를 하고 있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내추럴 생두와 워시드 생두 외에도 몇 가지 특별한 방법으로 생두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블랙허니, 레드허니, 옐로허니, 화이트허니였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도 8분 도미 5분 도미 이렇게 쌀알을 얼마큼 벗겨 내느냐에 따라 이름을 달리 하고 맛도 다르듯이 체리 역시 쌀 도정과 같은 개념으로 체리에서 과육을 얼마큼 벗겨 내느냐에 따라 이름과 맛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것은 코스타리카에서 이루어지는 독특한 제조 공법이었다.

이런 내용들은 조합 사무실에서 커핑을 전문으로 하는 커퍼들의 설명과 실물들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일행의 일정은 오직 농장을 방문하고 그곳의 생산 방식을 설명 듣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커피들을 커핑 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은 이루어졌다. 오직 커피만을 위한 특별한 여행의 시작이었고 그 어떤 여행으로도 느낄 수 없는 경험과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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