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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로 준비한 수프카레

쇼타와 함께 준비한 아침식사

by 청일

우리 집에 파랑새 한 마리가 둥지를 찾아 날아들었다. 늘 딸아이의 곁을 지키던 청년은 캐나다 유학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딸아이를 따라 다시 한국행을 고집했다. 사랑에 인생을 걸고 무모한 도전으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며칠 전 귀국했다.


대학 2학년 때 딸은 샌프란시스코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그곳에서 일본인 청년을 만났다. 어느 날 딸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 레게머리를 하고 코 피어싱을 한 괴청년과의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타국에 딸을 보내고 늘 딸의 건강과 안녕을 걱정하며 지냈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형체의 사진을 바라보며 설마 하는 마음에 궁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어 누구냐고 물어보았다. 딸은 핼러윈데이 파티 때 찍은 사진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의심쩍은 맘을 뒤로 미루고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갑자기 코로나가 발병되고 미국은 그야 말고 죽음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서둘어 한국으로 돌아오라며 귀국을 종용했다. 그렇게 딸은 급히 한국으로 돌아왔고 둘은 일본과의 관계악화와 코로나로 몇 년간 만나지를 못하며 지냈다. 그 답답하고 그리운 시절들 속에서도 둘의 사랑은 애틋함에 더 달아올랐고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다시 하늘길이 열리고 오고 가기를 반복했다. 한국에 온 일본청년은 카톡 프로필의 사진과는 달리 말끔한 복장으로 우리 집엘 방문했다. 함께 식사도 하고 매년 이뤄지는 처갓집 온 가족이 함께한 여름휴가에도 참여해서 넉살을 자랑했다. 그렇게 장거리 연애를 하며 힘들고도 어려운 시절들을 보냈다. 딸은 졸업을 하고 캐나다로 다시 전공 연수를 위해 떠났고 일본 청년은 다시 딸을 따라 워홀비자를 받아 캐나다로 갔다. 둘은 그곳에서 다시 사랑을 꽃피웠고 둘만의 세계를 만끽했을 것이다. 연수가 끝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며 둘의 기약 없는 이별이 만들어졌다.


일본청년은 다시 한국으로 딸을 보기 위해 날아들었고 그렇게 며칠을 머물고 다시 고향으로 갔다가 또 날아들곤 했다. 그러던 시절을 뒤로하고 청년은 한국으로 워홀비자를 받아 들어왔다. 오로지 딸에 대한 사랑 하나에 인생을 걸고 청년의 삶을 갈아 넣었다. 딸만을 바라보고 타국에 홀로 들어온 이 청년을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들어와 지내라고 전했다. 물론 일을 하며 번 돈으로 생활비도 부담하라는 조건이긴 했지만 의미 없는 액수임에도 생활비는 벌어서 충당하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쇼타를 포함해서 아들 딸 아내와 나는 다 함께 5월 초에 일본 교토로 날아간다. 그곳에서 쇼타의 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를 뵐 것이다. 상견례를 위해서 연로하신 분들이 오게 할 수 없어서 우리가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아마도 결혼 날짜는 그때 잡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이제 우리 집으로 날아들어온지 일주일이 되었다. 언어 소통마저 어려운 한국에서 무엇을 해서 먹고살지 걱정이지만 젊음이라는 무기로 뭐든 해낼 거라 믿는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고 남녀에겐 사랑만이 진실된 언어임을 알기에 둘의 미래를 응원해 주기로 했다.

두 연인의 웃음소리가 집에 맴돈다. 행복한 딸아이와 쇼타의 모습을 나는 흐뭇하게 바라본다. 우리 부부는 파랑새 쇼타를 위해 정말 아들같이 스스럼 없이 대해준다. 같이 식사를 하며 내가 말했다. 쇼타는 우리 집 둘째 아들이라고. 그렇게 대하며 같이 살아갈 생각이다. 함께 식사를 하고 설거지는 딸아이와 셋이서 “안내면 진거 가위바위보”를 외치며 설거지 당번을 정해서 하는데 대부분 내가 걸린다. 하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양손에 고무장갑을 장착한다.

일본에서 맛본 수프카레

일주일에 세 번은 쇼타와 내가 아침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메뉴가 바로 수프카레였다. 지난번 삿뽀로 여행에서 먹어본 수프카레의 맛이 생각나 쇼타에게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집에서 10분 거리의 모노마트에 가서 필요한 재료를 수급했다. 둘이서 아침 준비를 했다. 그사이 이 집의 두 여인은 편안히 침대에 누워서 두 남정네의 수프카레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양념이 어딨는 지를 몰라 아내에게 SOS를 보냈고 결국 주방에 세 명이 음식준비를 하게 되었다.

들어가는 재료를 다듬고 준비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나는 쇼타의 보조가 되어 감자를 다듬고 양파를 까고 호박과 가지를 씻고 그리고는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생강을 넣어 볶다가 양파를 넣어서 볶고 거기에 물을 넣고 카레와 가람마살라와 큐민을 넣고 끓였다. 쇼타는 수프에 들어갈 닭고기를 데우고 감자와 가지, 호박을 팬에 익혔다. 함께 아침을 준비하는 일은 가족을 위한 봉사이고 사랑의 다른 행위였다.


그 일을 새로 날아들어온 파랑새와 하는 일은 기쁘고도 행복한 일이었다. 이렇게 네 명의 한집살림이 시작되고 며칠이 지난 오늘도 우리 집엔 웃음이 넘치는 행복한 둥지의 모습이다. 모레엔 또 어떤 메뉴로 아침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겠다. 드디어 수프가 끓고 준비한 재료를 그릇에 세팅하는 일만 남았다. 넓은 그릇에 재료를 가지런히 예쁘게 올려놓고 수프카레를 넉넉히 둘렀다.


우리 모두는 식탁에 둘러앉아 쇼타의 음식 작품을 맛보았다. 모두 맛있게 한입한입 색다른 수프카레의 맛을 음미하며 먹었다. 스파이시한 부분만 빼면 지난번 삿뽀로 비에이지역에서 맛본 그 수프카레와 별반 다르지 않은 훌륭한 맛이었다. 남은 재료로 담에는 덜 맵게 만들면 오늘보다 더 훌륭한 맛의 수프카레가 완성될 거 같다. 함께한 아침식사는 두 남정네의 수고로 맛있는 한 끼 식사가 되었다. 또 다른 메뉴를 구상하며 아침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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