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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의 책장을 넘기며…

박완서 작가 저

by 청일


지난번 삿뽀로 여행에서 임지영 작가는 박완서의 수필집 사랑이 무게로 안 느끼게 라는 책을 소개해 주었다. 임지영 작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추천 책을 나는 빠짐없이 기록했다가 사서 읽었다. 작가가 좋아한다는 임윤찬의 피아노곡도 몇 번을 찾아서 듣곤 했다. 존경하는 작가의 어느 한 모서리라도 닮고 싶은 어린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책을 손에 쥐고 읽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나온 책이 다시 세상에 나왔으니 내 유년에는 몰랐던 작가를 이제야 다시 만나는 느낌이다. 글을 쓰는 작가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그래서 박완서 작가의 책은 많이 읽어 보았다. 최근 박수근화가와의 친분을 알게 되었고 박수근 작가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출간된 나목이라는 책도 최근에야 읽었다.


아들과 남편을 같은 해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던 시기 부산 딸의 집 고층 아파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죽음까지도 생각하며 왜 나에게 이런 아픔을 주는지에 대한 삶에 대한 불만을 안고 지낼 때 이해인 수녀님은 왜 모든 불행이 당신만은 피해 가기를 바라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해인 수녀의 그 한마디로 박완서 작가는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한때 나도 국세청의 조사를 받으며 같은 의문을 가졌고 그 해답 역시 그녀가 깨달았던 이해인 수녀님의 말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다른 시대 다른 사건이었지만 나는 박완서 작가의 짙은 아픔의 해방 통로를 살짝 교차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더 가까이 느끼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 다시 그녀의 책을 임지영작가 덕분에 접하게 된다.

책 서두에 그녀의 사진이 몇 장 실려 있었다. 동네에서 흔히 마주친 적 있을법한 평범한 여인의 모습이어서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눈가의 주름들, 입가에 내려앉은 세월의 깊은 흔적들을 바라보며 힘들게 살아오고 이겨낸 세월의 육중한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가 겪고 이겨냈던 그 숱한 세월들이 영감이 되고 글이 되어 지금은 이처럼 빛나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그녀의 삶을 또 투영해 바라볼 것이다. 어쩜 내 삶도 그녀의 삶 속 어딘가에 비슷한 색깔로 자리해 있을 것이다. 책이 주는 위안과 동질감과 경외심을 나는 또 흠뻑 느끼길 기대하며 읽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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