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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Oct 09. 2024

춘천 라이딩 100킬로 도전기

나의 자전거 라이딩이 시작된  그 즈음에 쓴글인데 이제야 올려본다.  


최근 들어 부쩍 자전거 라이딩에 관심을 쏟고 있다가 결국 하나하나씩 실행에 옮긴 것이 장비 구입이었다. 뭐든 장비가 있어야 시작을 할 터이니 일단 자전거부터 구입을 하고 그에 맞는 의류와 신발 자전거에 부착하는 여러 액세서리 속도계 등등 참으로 준비할 것도 한두 개가 아니다.


그렇게 모양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자전거 라이딩에 도전을 했는데 초보인 나로서는 누군가 고수의 지도가 필요했다. 라이딩 동호회를 찾으려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우리 아파트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연히 자전거를 싣고 타는 사무국장님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자전거 타시냐고 물어보니 최근에 구입해서 이제 입문한다고 하신다.

내친김에 그럼 국장님이 우리 아파트에 라이딩하는 분들 섭외해서 동호회를 만들어보자고 권유를 드렸고 실행력 최고인 사무국장님은 바로 카페를 만들어 모집에 나서셨다. 그렇게 몇 명의 라이딩 관심자들이 모였고 두세 번 소그룹의 라이딩을 진행했을 무렵 자전거 고수이신 000님의 제안이 불쑥 들어왔다.


춘천 자전거 라이딩 제안! 가슴 설레는 제안 이면서도 아직 그만큼 도전해 보지 못한 초보입문자에게는 100킬로는 두려움의 숫자이기도 했다. 그래도 국토종주를 최종의 목표로 두고 있던 내게는 솔짓한 제안이었고 며칠의 고민 끝에 국토종단의 서막인 춘천 100킬로 라이딩에 도전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아침 6시 반에 아파트 입구에 모였다. 든든한 지원군들이다. 반가운 얼굴도 있고 아직 안면이 없는 분도 계시지만 금방 우리는 자전거를 정비하고 맨손체조를 하면서 가벼운 담소로 서로를 알아가고 드디어 출발!


라이딩전 준비운동 중


함께였기에 같이였기에 가능했던 100킬로 장정의 출발이었다

 7명의 초보입문자와 고수 라이더의 혼합조는 춘천으로 출발을 했다.  처음 10킬로에서 난 바로 오늘 라이딩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식은땀이 나며 페달링이 힘들어 미칠 지경이었다. 아마도 이틀 전 부산 차박으로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인 상황에서 다시 무리한 질주를 한 탓이리라 생각되었다.


남은 거리는 90킬로 이상태론 도저히 완주는 힘들겠단 생각이 엄습했다. 함께한 일행들에게 민폐를 끼치진 말아야 하는데 속으로 걱정을 태산 같이하며 무거운 페달링을 꾸역꾸역 하면서 달려가는데 다행히 계속되는 내리막에 나는 점차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가다보니 어느 순간 오른쪽 시야엔 푸르게 펼쳐진 북한강이 들어왔다. 가슴이 뻥 하고 뚫리는 순간이었다. 이게 바로 라이딩의 묘미 아니던가.

차를 타고 가는길에 느끼는 풍경과 라이딩으로 온몸에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날것 그대로의 자연! 우리 일행 모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처음 달려보는길이라 모든것이 낯설고 새롭기만했다.


차로는 수십번도 지나갔을 길이지만 라이딩을 하면서 바라보는 광경은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차를 타고 갔으면 보지도 못하고 지나쳤을 들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금계국을 원 없이 감상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라이딩을 했다. 금계국을 지나쳐 가다가 이 멋진 풍경을 담고파서 일행을 불러 세우고 다시 뒤돌아서 꽃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남기자고 말을 하니 누군가 외친다. 꽃을 좋아할 나이라고 ㅋㅋㅋ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

100킬로의 라이딩은 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평지를 달려 가다가 조금의 오르막이라도 나올라치면 그마져도 힘든 도전이 되어버렸다. 오르막은 그리 힘들었지만 다시 펼쳐진 내리막이 있었기에 달리고 또 달릴 수 있었던거 같다.


삶이 그러하지 않을까? 괴롭고 힘든 일도 있지만 때론 웃을 수 있는 기쁜일도 있기에 견디며 나아갈 수 있으리라.라이딩과 닮아 있는 삶을 바라보며 꾸역꾸역 페달링을 하는 다리엔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허벅지에 쥐가 날 정도로 고난의 길이었지만 생애 첫 100킬로 도전이라는 과업을 완수하고 나니 그 뿌듯함이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정도였다.

내가 외우는 유일한 시 한 편이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이다.

지금 내 인생은 등산이 아니라 하산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길가의 이쁜 꽃도 보이고 찬찬히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있지만 젊은 시절 등산의 시기에는 그게 그리 쉬운 일이던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갔던 시절 아니던가.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들 지금처럼 세상을 바라볼 자신은 없다. 그러니 몸은 지치고 세월의 무게가 짙어져도 마음이 한결 가벼운 것은 그나마 지나온 세월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함께 라이딩을 마친 7명의 전사들이 닭갈비를 사이에 두고 들이켰던 막걸리 한잔의 위안은 더 없는 행복이었다. 함께 찍었던 수많은 사진들 중에 이렇게 행복한 미소를 보인 사진은 이 한장의 사진이었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 이 한장의 사진이말해주는듯하다. 앞으로는 더 먼 거리도 가능할 거라 생각하니 자전거 국토종주의 꿈이 꿈으로만 그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든다.  같은 아파트의 이웃주민으로 만들어진 자전거 동호회는 앞으로도 끝없이 펼쳐진 많은 길들을 달리고 또 달릴 예정이다. 그곳에서 추억을 쌓고 체력을 키우고 정을 쌓으면서 라이딩을 계속해 나갈 생각을 하니 모락모락 행복한 라이딩 모습에 절로 웃음꽃이 피어난다. 200킬로 도전도 해보고 제주도 환상의 해안도로 일주도 해보면서 실력과 체력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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