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마키 블루 이목하
필사
그림 설명
〈크로마키 블루〉라는 제목은 영상 제작에서 쓰이는 ‘크로마키(Chroma Key)’ 기법에서 비롯되었다. 특정 색을 배경으로 설정해 다른 장면을 합성하는 기술인데, 주로 쓰이는 색이 바로 파란색과 초록색이다. 그중에서도 ‘크로마키 블루’는 가장 강렬하고 깊은 푸른빛으로, 화면 속에서 다른 색과 쉽게 분리되며 새로운 이미지를 불러오는 힘을 가진다.
이 작품 속 파란색은 이미 어둠으로 물들어있으며 단순한 색채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을 덮어내고 동시에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는 문이자 여백이다. 보는 이에게 묻는다. “이 푸른 화면 위에 당신은 무엇을 얹고 싶은가?”
어둠의 배경 위에 선 인물은 얼굴의 절반이 어둠에 잠겨 있고, 나머지 절반은 빛을 받아 드러난다. 강렬한 명암은 단순한 초상을 넘어, 우리 모두가 지닌 이중성을 드러낸다. 보이는 면과 감춰진 면, 드러내고 싶은 것과 숨겨두고 싶은 것. 하지만 그 속에서도 눈빛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춤추고 있다.
나의 감상
내 인생의 다음 장면
푸른 화면 앞에 서 있는 순간, 나 또한 그 색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파란빛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내 안의 기억과 꿈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밤하늘 같기도 하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 같기도 한 그 공간은, 언제든 새로운 장면을 얹을 수 있는 여백이었다.
그 푸른 무대 위에 선 인물은 절반은 가려져 있고 절반은 드러나 있고 푸른빛은 어둠으로 물들어있다. 나는 그 모습에서 내 삶을 본다. 세상에 보이고 싶은 부분과 감춰둔 부분, 스스로도 아직 마주하지 못한 그림자와 빛. 그러나 그 어느 쪽에도 속박되지 않는 눈빛 하나만은 꺼지지 않고 반짝이고 있었다.
삶이란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눈빛을 잃어가지만, 때로는 어떤 계기 앞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맞는다. 이 그림은 내게 묻는다.
“너는 이 푸른 화면 위에 어떤 장면을 그려 넣고 싶은가?”
나는 답한다. 여전히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다시 불러내고 싶은 반짝임이 있다고.
어둠이 내 삶의 절반을 가리더라도, 나머지 절반으로 더 환히 빛날 수 있다고.
푸른 무대 위에서, 나는 이제 나의 다음 장면을 준비한다.
크로마키 블루. 우리 각자의 삶이라는 화면 위에, 오늘 나는 어떤 장면을 합성할 것인가. 어둠을 지우는 대신 받아들이고, 그 위에 빛나는 눈빛을 덧입힐 수 있을까.
그 답은, 아마도 거울 속 내 눈빛이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