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필사 Day 4

은주네 집 달빛. 김용일

by 청일

필사



그림 소개


달빛 아래,

고즈넉한 한옥 한 채가 포근히 잠들어 있다.


집을 감싸 안은 거대한 나무는

하얀 구름처럼 피어올라

어둠 속에서도 환히 빛난다.


그 나무는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오랜 세월 그 집을 지켜온

수호신처럼 느껴진다.


기와지붕 위로 고요히 달빛이 내려앉고,

마당에서는 연기가 부드럽게 피어오른다.


너른 평상에는 고추가 말라가고,

담장 옆에는 분홍빛 꽃이 피어 있다.


창문마다 스며드는 주황빛 불빛은

그 안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웃음과 온기를 상상하게 한다.


이 그림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사랑이 머물던

시간의 흔적을 담은 풍경이다.



나의 감상.


달빛 어린 깊은 밤,

집 안 가득 환한 불빛이 일렁인다.


그 빛 속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있는 풍경이 떠오른다.


엄마가 있고,

아버지가 있고,

형제자매가 함께 있는 공간.


그곳은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행복의 원형’이다.


지나간 날들은

언제나 그리움으로 남는다.


명절이면 우리는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누고, 술잔을 기울였다.


그 속에서 피어났던

웃음과 이야기들.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날들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그 기억은 더욱 따뜻하고도, 아리다.


11월의 마지막 날,

엄마를 보내드리고,

다섯 달 뒤,

아버지를 보내드렸다.


그렇게,

나를 생성했던 우주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맞이한 첫 추석.

그날의 고향은,

마치 방향을 잃은 기러기처럼

나에게 너무 멀게 느껴졌다.


차라리,

명절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시간도 있었다.


세월이 약이 되어,

이제는 그 기억이

흐릿한 풍경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 희미한 빛 속에서도

나는 부모님의 따스한 손길과

웃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그들의 자리에 서서

아이들에게

같은 사랑을 물려주는 부모가 되었다.


다시는 불러볼 수 없는 이름.

하지만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나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엄마… 아버지…”


그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리움은 여전히 아프지만,

이제는 그 사랑을 대물림 하며

또 다른 명절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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