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네 집 달빛. 김용일
필사
그림 소개
달빛 아래,
고즈넉한 한옥 한 채가 포근히 잠들어 있다.
집을 감싸 안은 거대한 나무는
하얀 구름처럼 피어올라
어둠 속에서도 환히 빛난다.
그 나무는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오랜 세월 그 집을 지켜온
수호신처럼 느껴진다.
기와지붕 위로 고요히 달빛이 내려앉고,
마당에서는 연기가 부드럽게 피어오른다.
너른 평상에는 고추가 말라가고,
담장 옆에는 분홍빛 꽃이 피어 있다.
창문마다 스며드는 주황빛 불빛은
그 안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웃음과 온기를 상상하게 한다.
이 그림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사랑이 머물던
시간의 흔적을 담은 풍경이다.
나의 감상.
달빛 어린 깊은 밤,
집 안 가득 환한 불빛이 일렁인다.
그 빛 속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있는 풍경이 떠오른다.
엄마가 있고,
아버지가 있고,
형제자매가 함께 있는 공간.
그곳은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행복의 원형’이다.
지나간 날들은
언제나 그리움으로 남는다.
명절이면 우리는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누고, 술잔을 기울였다.
그 속에서 피어났던
웃음과 이야기들.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날들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그 기억은 더욱 따뜻하고도, 아리다.
11월의 마지막 날,
엄마를 보내드리고,
다섯 달 뒤,
아버지를 보내드렸다.
그렇게,
나를 생성했던 우주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맞이한 첫 추석.
그날의 고향은,
마치 방향을 잃은 기러기처럼
나에게 너무 멀게 느껴졌다.
차라리,
명절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시간도 있었다.
세월이 약이 되어,
이제는 그 기억이
흐릿한 풍경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 희미한 빛 속에서도
나는 부모님의 따스한 손길과
웃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그들의 자리에 서서
아이들에게
같은 사랑을 물려주는 부모가 되었다.
다시는 불러볼 수 없는 이름.
하지만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나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엄마… 아버지…”
그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리움은 여전히 아프지만,
이제는 그 사랑을 대물림 하며
또 다른 명절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