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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필사 Day 9

공. 펠렉스 발로통

by 청일


필 사

그림설명


이 그림은 프랑스 화가 펠릭스 발로통(Félix Vallotton)의 작품으로, 제목은 공(The Ball, 1899)이다


짙은 초록의 숲 가장자리, 햇살이 비치는 모래밭 위에

노란 모자와 흰 옷을 입은 아이가 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림의 왼편 멀리에는 두 인물이 서 있고,

그들 사이엔 한참의 거리와 침묵이 흐르는 듯하다.


이 작품은 단순한 장면이지만, 공간과 빛, 고요한 긴장감이 인상적이다.

아이의 움직임과 어른들의 정지된 자세가 대조를 이루며,

삶의 순수함과 세월의 거리감을 함께 느끼게 한다.



나의 감상

빛 속으로, 다시


햇빛 쏟는 거리로

나가야 할 때가 왔다.


한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가

조금씩 물러나고,

이제는 바람 속에

가을의 냄새가 묻어나온다.


이제는 나가야지.

햇살 좋은 날,

넓은 공원으로 나가

공을 던지고, 몸을 움직이며

세상과 다시 마주서야지.


그림 속 아이가

공을 향해 달려간다.

하얀 옷자락이 햇살에 반짝이고,

노란 모자가 바람결에 흔들린다.


그 아이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빛을 향해

그저 달려갈 뿐이다.


언젠가 나도

저 아이처럼 달리던 때가 있었다.

세상의 모든 빛이

내게로 쏟아지던 시절.

두려움도,

그림자도,

아무것도 나를 막지 못하던 시간.


어릴 적,

공을 차며 바람을 맞던 나는

이제 서 있는 저들처럼

숲 그늘 아래 서 있다.

생각은 많고,

걸음은 느리다.

공은 여전히 멀리 굴러가는데

나는 그저 바라만 본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그들과 같은 자리에 서 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안다.

삶이란, 멈춰 서는 게 아니라

다시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임을.


그림 속 아이처럼

나도 언젠가

다시 달려가고 싶다.

세상의 모든 바람을 맞으며,

햇살 속에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그렇게

자연과,

삶과,

그리고 나 자신과

다시 만나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이 계절이 내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위로일 것이다.


이제,

다시 가을 속으로 떠날

채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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