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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응급수술

하루의 수술

by 청일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난 하루

리부트 캠프 3회차 수업이 있는 날,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환승을 하고 약속 장소로 향하던 중,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하루의 상태가 밤새 더 나빠졌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모든 발걸음이 멈췄다.

급히 지하철을 내려

반대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창밖 풍경이 흐릿하게 스쳐 지나갔다.

마음은 이미 병원에 가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원장 수의사의 두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꼭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하루를 만났다.

기운이 없어 늘어져 있으면서도

우리를 보자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무것도 모른 채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그 순한 눈빛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괜찮아, 하루야. 조금만 더 힘내자.’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며

그렇게 하루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하염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좁은 복도를 서성이며

시계를 몇 번이나 바라봤는지 모른다.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기고

한 시간 반이 더 흘렀다.


하루가 그 긴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까.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불길한 말을

억누른 채 복도 끝에 서 있었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그 마음 하나로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4시간의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루가 기특하고, 고맙고,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수의사는 집도 과정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담낭을 제거하고 담낭관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찌꺼기가 많이 쌓여 있어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그만큼 수술은 섬세하고 조심스레 진행된 듯했다.


상담이 끝난 뒤,

아직 마취에서 덜 깬 하루를 만났다.

작은 몸이 천천히 숨 쉬는 것을 보고 있으니

그동안의 긴장이 한순간에 풀렸다.

긴 시간을 버텨낸 하루가

너무도 고맙고, 애틋했다.


다시 하루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제 남은 건 약물치료로

염증 수치를 낮추는 일뿐이다.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나는 믿어본다.

하루의 강한 생명력과,

그 작지만 단단한 의지를.


하루가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그 눈빛으로 다시 나를 반겨주기를

온 마음 다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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