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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필사 Day 15

신중함의 알레고리 . 티치아노

by 청일

필사

작가 소개


티치아노 베첼리오 (Tiziano Vecellio, 1488~1576)


르네상스 후기 베네치아파를 대표하는 화가로, 색채의 대가로 불립니다.

그의 그림은 빛과 그림자, 질감 표현이 탁월하며,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초상을 넘어서 인간의 본질과 삶의 지혜를 상징적으로 그려내는 데 집중했지요.

〈신중함의 알레고리〉는 그의 후기작으로, 시간과 인간의 세 얼굴을 통해 삶의 통찰을 담은 명상적인 작품입니다.




그림 설명


화면에는 세 개의 머리가 있습니다.

왼쪽의 노인은 과거를, 가운데의 중년은 현재를, 오른쪽의 청년은 미래를 상징합니다.

그 아래에는 세 마리의 동물—늑대, 사자, 개—가 그들의 머리와 대응되어 배치되어 있습니다.

늑대는 과거의 기억과 경험, 사자는 현재의 용기와 판단, 개는 미래의 충성심과 신중함을 상징합니다.


그림 윗부분에는 라틴어 문구가 쓰여 있지요.


“EX PRAETERITO / PRAESENS PRUDENTER AGIT / NE FUTURA ACTIONE DETURPETUR”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신중하게 행하여, 미래의 잘못을 피하라.)


이 한 문장은 인생의 지혜를 압축합니다.

티치아노는 세대가 공존하는 이 초상을 통해, 인간의 판단은 시간의 연속 속에서만 완성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나의 감상


가장 위험한 동물

(티치아노의 〈신중함의 알레고리〉를 바라보며)


날카로운 이빨도… 드러내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달리지도 못한다.

두터운 털로 무장하지도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도 없는… 연약한 존재.


그럼에도… 인간은,

세치 혀와 손에 쥔 도구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가장 약하지만…

동시에, 가장 강한 존재.


그 안에는 드러나지 않은

잔혹함과 비열함이 숨어 있다.


깊은 산길에서 마주치는 동물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사람이 더 무섭다.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티치아노의 그림,

〈신중함의 알레고리〉를 바라본다.


노인, 중년, 청년의 세 얼굴 아래엔

늑대와 사자, 그리고 개가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기억과 용기, 신중함이

서로를 바라보며 이어져 있다.


그림 위에 쓰인 문장 하나.


“과거의 경험으로 현재를 신중히 살아야,

미래의 잘못을 피할 수 있다.”


티치아노는 알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은 지혜를 얻지만…

그만큼 교묘해지고, 잔혹해진다는 것을.


세 얼굴은…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이성과 본능, 선함과 비열함,

용기와 두려움이

한 몸 안에서 쉼 없이 싸운다.


시인은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은 인간이다.”


그 문장 앞에서… 나는 고개를 떨군다.

나 또한 그런 인간 중 하나이기에.


그럼에도, 나는 바란다.

선한 얼굴로,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사람으로,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사람으로서의 얼굴을 잃지 않기를.


그림 속 세 얼굴이 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늑대의 본능, 사자의 용기, 개의 신중함…

그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오늘의 나는, 어떤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자신을 경계하고,

다시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조용히 대답한다.


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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