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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필사 Day 16

녹색 부가티를 탄 타마라. 타마라 드 렘피카

by 청일

1. 작가 소개


타마라 드 렘피카(Tamara de Lempicka, 1898–1980)는 폴란드 출신의 아르데코 화가다.

1920~30년대 파리의 세련된 도시 여성상을 그리며

당시 예술계에서 가장 도발적이고 매혹적인 존재로 불렸다.


그녀의 그림 속 여성들은 늘 강인하고 자주적이다.

부드러움보다는 단단함, 순종보다는 주체성을 담고 있다.

타마라 자신이 바로 그 시대의 ‘모던 우먼’이었다.

화려한 옷차림, 날카로운 눈빛, 자유를 향한 욕망.

그녀는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신화로 만들겠다.”


그 말처럼 그녀는 단순한 화가가 아니라

예술로 자신을 표현한 삶의 연출자였다.



2. 그림 설명


〈녹색 부가티를 탄 자화상(Self-Portrait in a Green Bugatti, 1929)〉은

타마라 드 렘피카의 대표작 중 하나로,

그녀가 런던의 패션 잡지 Die Dame의 표지를 위해 직접 그린 작품이다.


그림 속 여인은 녹색 부가티를 몰고 있다.

운전대를 잡은 손끝에는 단단한 의지와 자존심이 느껴지고,

얼굴을 감싼 회색 스카프는 바람에 흩날리며 속도감을 만든다.

냉정하고 도도한 표정, 차가운 회색빛의 피부,

강렬한 붉은 입술이 만들어내는 대비는

한편으로는 아름답고, 또 한편으로는 두려울 만큼 강렬하다.


이 그림에서 ‘운전’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자기 운명을 스스로 몰고 가는 자유의 상징이다.

당시 여성에게 자동차는 곧 독립의 선언이었다.

부가티의 차가운 금속성과 그녀의 눈빛은

자유를 향한 의지를 상징한다.


3. 나의 감상


취향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바로미터다.


그가 가진 필기구 하나,

입는 옷, 신은 구두, 안경, 몰고 다니는 차,

심지어 집 안에서 사용하는 머그컵 하나까지도

허투로 고른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그의 삶의 방식,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가 녹아 있다.


나는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 좋다.

섬세하다고도, 독특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만이 가진 무언가가 물성으로 드러나는 사람.


내 오랜 친구 중에도 그런 이가 있다.

자전거, 카메라, 책장, 옷

그가 가진 모든 것은

그 자신을 대변한다.


그에 비해 나는, 딱히 취향이 뚜렷하지 않다.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일단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그래서 안 해본 운동이 없고,

안 해본 취미도 없다.


깊이는 얕지만, 넓이는 제법 넓다.

어쩌면 그것도 나의 취향일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프로 ‘삽질러’로 살아갈 것이다.

두 발로 이곳저곳을 걸으며,

보고 싶은 건 보고,

해보고 싶은 건 해보며,

그렇게 나의 길을 만들어갈 것이다.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문득 대학 1학년 시절이 떠올랐다.

검은 르망을 몰고 학교를 다니던

이름 모를 여학생.


부럽기도 했고,

왠지 모르게 멋져 보이기도 했다.


그녀의 차, 그 선택 또한

그녀의 취향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 차를 몰고 다닐까.

문득, 그런 궁금함이 스친다.


타마라 드 렘피카의 그림 속 여자도 그렇다.

녹색 부가티를 몰며,

강렬한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본다.


운전대를 잡은 손끝엔 단단한 의지,

스카프는 바람을 가르며 자유를 노래한다.

그녀는 단순히 차를 몰고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삶을, 몰고 가고 있다.


1920년대의 여성에게

운전은 곧 해방이었다.

누구의 인도도 받지 않고

스스로 길을 선택하는 행위였으니까.


그녀의 표정엔 약간의 피로가 묻어 있지만,

그보다 짙은 것은 자존감이다.

욕망을 숨기지 않고,

그러나 욕망에 휘둘리지도 않는 얼굴.


윤광준의 말처럼,

자신의 작은 욕망을 잘 수용하는 사람만이

진짜로 자신을 몰고 갈 수 있다.


삶은 어쩌면 그런 운전과 같다.

한 방향으로만 질주하지 않아도 좋다.


때로는 멈추고,

돌아가고,

다른 길로 새기도 하면서,

그 안에서 나만의 리듬과 속도를 찾는 것.


그것이,

진짜 ‘취향 있는 삶’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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