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간을 걷는 낭독의 하루

창신책방에서의 낭독법수업

by 청일



동대문 옆 창신동에 이런 골목이 있을 줄은 몰랐다.

지하철을 내려 ‘창신책방’을 찍고 도보로 길을 찾았다.

대로변을 벗어나자, 낡은 담벼락과 좁은 골목이 길잡이처럼 나를 불러 세웠다.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1980년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듯했다.

반찬가게, 허름한 호프집, 전집

한때 골목마다 있던 풍경들이 오랜 친구처럼 다정하게 다가왔다.

‘이런 곳에 책방이 있을까?’

의문을 품은 채 골목을 따라 걸었다.


시장골목은 계속 이어졌고, 사람 냄새와 기름 냄새가 뒤섞여 묘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한 번 더 골목을 꺾자, 낡은 벽 사이로 ‘창신책방’이라는 작은 표지가 나타났다.

정말 이곳에 책방이 있었다.


책은 많지 않았지만, 대신 시간이 묻은 소품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작은 풍경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책장을 넘기며 둘러보는 내내, 오래된 기억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오늘 이곳은 ‘리부터 캠프’의 낭독 수업이 열리는 날이었다.

리더 임지영 작가가 예약한 공간으로, 주인이 자리를 비운 동안 우리가 책방을 운영하는 조건이었다.

멤버 김지현 선생님이 낭독법을 맡아 진행했고,

수업 도중 실제 손님이 찾아와 책을 구입하기도 했다.

신기한 동네의, 신비로운 책방이었다.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 문장마다 어디서 숨을 쉬고, 어떤 톤으로 말을 해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질수록 목소리가 굳어졌다.

그러나 서로의 억양과 호흡을 맞춰가며 읽는 시간은

어느새 따뜻한 리듬으로 변해 있었다.

그 안에는 배움의 설렘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함께 있었다.


처음으로 참여한 낭독 수업.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시간이었다.

삶의 포인트는 어쩌면 이런 ‘첫 경험’ 아닐까.

익숙한 일상 속에서 낯선 배움을 만나는 순간,

삶은 다시 반짝인다.


몇 주 만에 다시 만난 멤버들과 웃고 배우며

시간이 흘러가는 줄 몰랐다.

어느덧 리부터 캠프도 다섯 번째 수업,

끝이 다가오지만 이 여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수업이 끝나더라도, 또 다른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그 바람이 새로운 배움을 데려오고,

다시 우리를 한자리에 모이게 하리라.


끝나지 않은 리부터의 시간,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깊게 이어지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