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
김범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난 한국의 현대미술가로,
개념미술(conceptual art)과 유머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사회 시스템, 인간의 사고방식, 교육과 지식의 구조를 날카로운 풍자와 실험적 형식으로 드러낸다.
그는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
‘보는 행위’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예술가다.
미로, 지도, 도표, 영상,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방식의 한계를 탐구한다.
김범의 미로 시리즈는 겉으로는 단순한 구조물 같지만,
그 속에는 ‘생각의 미로에 갇힌 인간의 모습’이 숨어 있다.
그에게 미로는 단지 공간이 아니라,
인간이 진리를 찾기 위해 끝없이 헤매는 마음의 풍경이다.
그의 작품은 관객에게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당신은 지금 어떤 미로 속에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 질문이 바로 김범 예술의 핵심이다.
김범의 미로는 단순한 길 찾기의 도형이 아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선의 교차와 반복 속에는
인간의 사고와 삶의 구조가 겹겹이 숨어 있다.
하얀 여백 위에 그어진 검은 선들은
질서와 혼돈, 시작과 끝, 의도와 우연이 공존하는 세계를 암시한다.
한눈에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방향감각을 잃게 된다.
그리하여 관람자는 자신이 그림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안을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김범은 미로라는 형식을 빌려
인간 존재가 가진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질문은 단지 공간적 물음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끝없는 탐색이다.
이 작품 속 미로는 결국 인생 그 자체다.
출발점은 분명하지만,
도착지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길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수없이 멈추고, 되돌아가며,
때로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림의 복잡한 선들이 엮어낸 그 혼돈 속에서
김범은 말한다.
“인생의 미로는 결코 탈출의 공간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다.”
미로 속의 인생
출발점은 누구나 같다.
그러나 미로를 따라 언제, 어떤 모습으로 출구를 찾아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이는 중간에서 포기하고, 또 어떤 이는 끝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그 안을 헤매다 원점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다 왔다고 믿었지만, 그것이 잘못된 길이었음을 깨닫는 순간도 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출발은 했지만, 출구를 찾은 이는 아직 없다.
어쩌면 그 출구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엇을 추구하든, 그것은 결국 미로 속을 끝없이 맴도는 일인지도 모른다.
미로의 선을 바라보다 문득 실험용 생쥐가 떠올랐다.
좁은 통로를 허둥대며 헤매는 그 생쥐를 내려다보는 인간, 그는 자신이 전지전능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작 자신 또한 또 다른 미로 속에 살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이 미로 안에서 수많은 길이 나를 유혹한다.
왼쪽으로 가면 맞을 것 같다가도 막다른 벽에 부딪히고,
다시 돌아서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길이란 애초에 ‘찾는 것’이 아니라,
‘지나오며 만들어가는 것’ 인지도 모른다
검은 선들이 이어져 만든 이 미로는 차갑고 단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체온이 배어 있다.
누군가는 이 길을 서둘러 나가려 하고,
누군가는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른다.
누군가는 절망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
삶은 결국 그런 미로다.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도전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며 걷는 하루하루가 곧 길이 된다.
그 길 위엔 수많은 사연이 쌓이고,
그것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지도를 완성해 간다.
나와 같은 길을 걷게 될 다음 세대도
똑같이 헤매고, 좌절하고, 또 사랑하며 살아가겠지.
그 속에서 기쁨과 행복, 그리고 사랑을 발견하길 바란다.
오늘도 나는 알 수 없는 길 위에 선다.
그러나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건들이
결국 나를 완성시킨다는 것을 알기에,
소풍 가는 날 아침의 설렘으로
하루의 해를 맞이한다.
미로의 복잡한 선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길을 그린다.
그 길 끝에서 무엇을 만나든,
그것이 곧 나의 인생임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