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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l 24. 2023

원장님들의 수다삼매경

4년만의 만남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도 단체카톡은 명맥을 유지하며 호흡이 가늘어졌다가 다시 가빠지기를 반복하며 살아있었다. 한번 보자고 의기투합해서 날을 정했다가도 코로나가 무서워 연기하기를 수차례 드디어 만남이 성사된 날이었다.  


딱 40이 되던 해에 세 번째 사표를 던지고 광야로 나왔을 때 내가 했던 일은 초등전문 어학원이었다. 당시 학원운영에는 문외한이던 나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어학원과 계약을 맺고 첫 번째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때 함께 학원을 운영했던 원장님들과의 모임이었다.


이분들과 더 특별할 수 있었던 것은 매년 우수분원 시상식이라는 걸 본사에서 했고 그럴 때마다 함께 얼굴을 보았던 원장님들이었는데 시상으로 해외연수로 며칠 동안 여행지를 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은 분 들 이어서 친근하게 지내는 분들이었다.  토요일 12시 광화문 근처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약속을 정하고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위로하고 어렵사리 약속 장소 찾아 들어갔다.  이미 세분의 원장님들이 나와있었고 너무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실로 가깝게는 4년 정도 멀게는 한 7년 만에 보는 원장님도 계셨다. 9명의 멤버 중 한 명은 늦은 나이에 한의학공부를 해서 한의사로 밴쿠버에 거주 중이고 두 명은 아직 학원을 운영 중이시고 한분은 뮤지션으로 나머지분들은 쉬시거나 다른 일은 도모하고 있다.


이제 나이 들어서 만나니 다들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서 지병 한두 개는 다들 달고 있고 약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분들도 계셨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건강을 염려하는 얘기를 나누는 중 한 분이 예전 사진을 공유해서 보여주셨다.  본사에서 보내준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무려 십수 년 전의 사진들! 젊은 시절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아! 저 때 참 젊었었구나.  

다행히 파일이 크지 않고 흐려서 달리 모자이크 처리는 안 해도 될 듯!

다들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말들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또 10년이 지난 시절에 보게 된다면 그때도 똑같은 이 말을 하게 되겠지. 그러니 오늘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이다!라는 말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미국 호주 터키 코타키나발루 발리 등등 참 많은 나라들을 덕분에 여행할 수 있었고 이렇게 행복한 추억들을 공유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말 잘하는 원장님들이라 말이 끊이지 않고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식사자리를 떠나 다시 카페로 옮겨 연장전에 돌입한다. 옛날이야기부터 최근 살아온 이야기 하긴 만남이 없던 그 긴 시간을 어찌 몇 시간 말로 다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여자 원장님들보다 남자 원장님들이 말이 더 많다. ㅋㅋ 역시 나이 들면 남자는 여자가 되나 보다. 말도 이렇게 많아지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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