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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을 보고

폴 세잔과 르느와르

by 청일


몇 달 전,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을 얼리버드로 예매해 두었다.

미루고 미루다 보니 전시 종료일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오늘은 꼭 가야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평일임에도 관람객들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전시는 폴 세잔과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상주의를 대표하며, 이후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에게까지 깊은 영향을 준 화가들.

인물화, 풍경화, 정물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차분히 놓여 있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덕분에, 오히려 시선은 더 오래 그림 위에 머물 수 있었다.


르누아르의 그림에서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먼저 느껴졌다.

빛은 살결처럼 스며들고, 인물과 사물은 온화한 숨결을 머금고 있었다.

반면 세잔의 그림은 달랐다.

선으로 형태를 세우고, 사물의 구조를 간결하게 드러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본다’기보다 ‘이해한다’에 가깝게 만들었다.

같은 인상주의 화가이지만, 두 사람의 시선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 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극장 특별관람석의 꽃다발‘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유독 오래 내 눈에 머물렀다.


정물화 속 꽃들이 감상을 위해 놓인 꽃이라면,

이 그림 속 꽃다발은 분명 누군가를 위해 준비된 꽃 같았다.

나의 그림 감상


극장 특별관람석 위,

아직 공연은 시작되지 않았고 좌석은 비어 있다.

그러나 벨벳 의자 위에 놓인 꽃다발은

이미 한 사람을 대신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듯하다.


하얗고 분홍빛 꽃들이 서로에게 기대듯 모여 있다.

완벽하게 정돈되지 않은 포장,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꽃잎들 사이로

전시된 아름다움이 아닌

건네기 직전의 마음이 스며 있다.


이 꽃다발은 보여지기 위해 놓인 것이라기보다

기다리기 위해 놓인 것 같다.

한 송이 한 송이에 담긴 정성과 사랑이

말없이 객석의 시간을 채운다.


아직 박수도, 환호도 없는 순간.

공연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사랑만큼은 이미 이 자리에 와 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정물이 아니라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이

잠시 머물다 가는 장면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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