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몸은 전쟁터다

바바라 크루거

by 청일


1. 작가 소개 바바라 크루거


바바라 크루거 (Barbara Kruger)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결합한 강렬한 시각 언어로 동시대 사회의 권력 구조를 비판해 온 미국의 개념미술가이자 페미니스트 작가다.

광고 디자이너 출신인 그녀는 흑백 사진 위에 붉은 배경의 굵은 활자 문구를 삽입하는 독특한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방식은 광고와 선전물의 시각 언어를 차용하면서도, 그 메시지를 전복시키는 전략으로 작동한다.


크루거의 작업은 소비 사회, 젠더, 정체성, 권력, 신체에 대한 통제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누가 말하고 있는가”, “누가 통제하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믿도록 훈련받았는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그녀의 문장은 단순하지만 단호하며,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직면해야 할 선언문처럼 관객 앞에 놓인다.


2. 작품 설명


(Your Body is a Battleground,1989)는 바바라 크루거의 대표작 중 하나로, 여성의 얼굴을 좌우로 분할한 이미지 위에 “Your body is a battleground(당신의 몸은 전쟁터다)”라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다.

이 작품은 여성의 신체가 개인의 소유가 아닌, 정치적·사회적·이념적 충돌의 장이 되어온 현실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분할된 얼굴은 이분법적 세계를 상징한다. 빛과 어둠, 찬성과 반대, 통제와 저항, 이상과 현실. 이는 단지 여성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인간의 몸과 정체성이 얼마나 끊임없이 외부의 시선과 권력에 의해 규정되어 왔는지를 암시한다.


‘전쟁터’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우리의 몸은 제도와 규범, 욕망과 공포, 보호와 폭력 사이에서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장소다. 크루거는 이 작품을 통해 몸을 둘러싼 갈등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로 끌어올리며, 관객에게 질문한다.

당신의 몸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이 작품은 시각적 충격을 넘어,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여온 신체와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흔들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3. 나의 감상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


바바라 크루거의 강렬한 문구처럼, 우리의 몸 안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알 수 없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은 그 사실을 모른 채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전쟁의 폐허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통제를 벗어난 세포가 증식하며 건강의 비상등이 켜진다. 암이라는 불청객은 부지불식간에 몸을 점령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특별히 잘못 산 결과가 아님에도, 우리는 마치 가혹한 형벌을 받은 죄수처럼 고통 속에서 절규하곤 한다.


하지만 전쟁은 비단 육체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신이라는 영토 안에서도 선과 악, 시기와 연민, 분노와 사랑은 한시도 쉬지 않고 충돌한다.


때로는 화를 참지 못해 폭발하며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내뱉고, 또 어떤 순간에는 천사 같은 얼굴로 무한한 배려를 베푼다. 과연 이 극단적인 두 얼굴 중 무엇이 진짜 나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쩌면 평생을 서로 다른 얼굴을 교차하며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감정의 기복은 표정의 파동을 만들고, 그 표정은 타인이 나를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사람’, 혹은 ‘어른스러운 사람’이란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 끊임없이 노를 젓는 사람일 것이다. 배려와 사랑을 몸에 익히기 위해 스스로를 길들이는 사람 말이다.


우리는 모두 그런 존재가 되기를 꿈꾸지만, 그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의 모서리를 깎고 다듬으며, 세상이라는 거친 파도에 맞설 내면의 근육을 키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사소한 일에 마음이 흔들리는 초라한 나와, 조금 더 근사한 어른이 되고 싶은 열망 사이에서 매일 갈등한다. 그래서 나는 ‘가장 좋은 상태의 나’를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입꼬리를 올리는 연습을 하고, 타인에게 무례한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기 위해 나를 다스린다.


음악과 독서, 미술과 글쓰기로 하루의 리듬을 채우고, 수영과 근력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다. 정신의 뿌리는 결국 육체라는 토양에 닿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 모든 수양은 오직 ‘노력’이라는 발판 위에서만 지속된다. 게으름이라는 중력을 이겨낼 때, 삶은 비로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 안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그러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꾸고 다듬는 수고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 치열한 내적 전쟁 끝에서 우리는 언젠가 스스로가 믿고 싶은 ‘건강하고 멋진 사람’에 조금 더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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