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방에서
정신은 늘 육체와 함께 존재한다.
반가의 모습으로, 오른볼을 오른손에 살짝 기댄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인류가 역사 속에서 이뤄낸 수많은 사유의 결과가 오늘의 현재를 만들어냈다.
사유의 육체들은 사라져 없어졌지만, 사유의 결과물은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다.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반가사유상은 이 모습 그대로 사유 중이다.
인간의 사유가 대를 이어 이어져 내려오는 동안에도, 청동의 반가상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생각에 잠겨 있다.
그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사유의 결과들이 흐르고 쌓여왔다.
나의 단상들이 천년의 사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내 생애의 찰나들 또한 그렇게 사유의 결과물로 흔적을 남기며 오늘의 나를 만들어왔다.
나는 보이지 않는 생각들로 이루어진 생명체다.
그 생각들이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힘들게 하지 않으며,
나를 올바로 세우는 생각들의 총합이기를 바래본다.
수많은 이들이 바라보았던 반가사유상에는
그들의 사유 흔적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천 년의 사유가 켜켜이 쌓여 있는 듯하다.
아마도 앞으로 더 많은 시간 속에서,
세월을 거슬러 그날의 사유를 상상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또다시 사유할 것이다.
오래오래 살아 있는 삶 위로,
깊은 사유의 강이 흐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