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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Apr 08. 2024

봄에 꼭 하고픈 일들

화전 만들기


지난겨울!

이미 난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상상으로 봄을 맞이하고 그 봄에 내가 하고픈 일들을 하나 둘 나열해 두고 있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봄을 마음으로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찬 바람 속에도 봄이 올 거라 믿으며 기다렸지만 봄은 더디 왔고 그러다 덜컥 봄이 내 앞에 와 버렸다.

열심히 소시적 솜씨로 쑥을 캐시는 장모님!

이제 진짜 봄이 온 것이다. 오랜 기다림의 끝에 맞이한 봄은 더 없는 기쁨으로 다가왔고 이제 그 봄을 누릴 일만 남았다.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수도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동네 지인을 만나 같이 합류했고 직접 담근 막걸리 한병도 덤으로 갖고 오셨다.

아직 꽃이 피기 전의 배나무 아래엔 올망 똘망 쑥 잎들이 바닥에 가득 퍼져있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족해졌다. 또 다른 사람을 위해 많이 캐지는 않겠지만 우리 가족들이 먹을 만큼의 풍족한 양으로 쑥향 물씬 나는 싱그런 쑥을 정성스레 캐고 또 캤다.

한 시간이 채 못되었는데도 우리가 준비한 바구니엔

쑥이 한가득이었다. 이제 나무 그늘아래 통나무 의자에 앉아 준비해 온 막걸리를 한잔 들이킬 시간이다.


대지를 가득 채운 파릇한 풀들에 둘러싸여 싱그런 봄내음을 맡으며 통나무의자에 한상 차려진 소박하기 짝이 없는 술상을 앞에 놓고도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다. 그렇게 풍족한 봄의 시간을 채우고 담날 동서, 처제와 함께 나는 다시 불암산 입구를 향했다. 애기봉으로 올라가는 좁다란 등산로 옆에는 진달래가 예쁘게 피어있었다. 준비해 간 봉지 속엔 분홍 꽃잎들이 하나둘 채워지고 있었다. 이즈음 봄에만 먹을 수 있는 쑥버무리와 진달래 화전을 위한 준비물이 완성되었다.

불암산 자락에 핀 진달래

진달래를 따고 오는 길에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목련 세 송이를 따왔다. 이것은 봄의 잔치가 끝나고 마실 차 한잔을 위한 재료이다.

집안에는 쑥버무리를 만들고 진달래 화전을 만드느라 분주한 손길들이 오갔고 드디어 쑥버무리가 상에 먼저 올라왔다. 봄의 쑥내음은 봄을 대표하는 향기일 것이다. 맘껏 쑥향을 맡으며 하얀색 쌀가루와 쑥이 어우러진 기막힌 앙상블의 쑥 버무리가 하얀 연기를 모락모락 피어 올리며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장모님과 처제들이 만든 쑥버무리

한 젓갈 한 젓갈 쑥내음을 음미하며 먹는 중에 오늘의 메인 음식인 회전이 그 모양도 화관을 쓴 듯 분홍 진달래를 머리에 얹고 나타났다. 얼마나 기다려온 오늘의 메인요리인가!

곁에 놓인 설탕도 함께 묻혀서 먹으니 찹쌀의 쫄깃한 맛과 함께 진달래의 장식이 더할 나위 없는 모양이다. 거기에 곁들여진 막걸리 한잔은 또 어떤가?

혼자가 아닌 온 가족이 둘러앉아 봄의 이야기 꽃을 피우고 봄향 가득한 음식들을 한상 가득 올려놓은 이 시간이야말로 가장 호사로운 봄맞이가 아닐까!

분홍진달래가 곱게 얹혀진 화전

배불리 봄 한상을 가득 담고 나니 다시 봄향 가득한 차 한잔이 기다리고 있다. 백목련과 적목련의 꽃잎을 하나씩 따서 찬물로 깨끗이 씻고 차도구에 채워 넣고는 준비한 뜨거운 물을 가득 붓고 목련향이 우러나길 기다렸다. 이제 적목련과 백목련차를 마실시간이다. 모두 앉아서 한잔씩 차를 받아 들고 두 가지 차를 마셔본다. 백목련이 목련향이 더욱 도드라지며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을 만들어낸다. 입안 가득 퍼지는 봄의 향연이 후각과 미각을 감흥의 길로 안내한다.

목련잎을 우려낸 목련차

이로써 내가 계획한 봄잔치가 끝났다. 이제 꽃잎들이 지고 연두색 새싹들이 돋아나면 여름의 녹음이 또 성큼 다가서 있을 것이다. 나는 또 내년 봄을 기다리며 여름을 맞고 가을을 맞고 겨울을 견디고 다시금 화사한 봄을 맞이할 것이다. 영원히 오고 또 올봄이지만 내겐 아니 우리 모두에겐 유한한 봄이기에 소중하고 감사히 이봄을 가슴으로 느끼며 보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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