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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Apr 10. 2024

국토종주 라이딩 1일 차

첫 140킬로 도전기


D-1일 차

국토종주 일정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다.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도 있고

계절이 너무 좋아 하얗게 피어난 벚꽃터널을 달릴 일도 있을 터다. 찰나의 아름다움이기에 아쉬운 맘으로 사라지겠지만 마음엔 또 예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거고 나의 국토종주도 과거의 일이 되어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지겹고 힘든 고갯길도 맞이할 거고 고개의 정상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시원하게 내리막을 내려가기도 할 것이다. 강을 따라 시원하게 뻗은 자전거 길을 함께 달리며 주위의 스치는 풍경들을 감상도 할 것이고 힘든 일정에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자기도 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내일이면 현실이 된다. 어떤 상황들이 펼쳐질지 두렵기도 하지만 오로지 부산 낙동강 하구둑에서 마지막 지점을 통과한 자랑스럽고 대견한 나의 모습만을 상상하며 힘들고 지치고 고된 일정을 잘 이겨낼 생각이다.

11시가 되어간다. 설레는 맘에 잠이 잘 올까 싶지만 내일을 위하여 깊은 잠을 청해 본다.


Day 1

푹 자고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아니면 소풍을 앞둔 설레는 맘 때문이었는지 잠을 설쳤다.

새벽에 잠이 깨서 뒤척이다가 5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아내는 아침을 먹고 가야 한다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상을 차렸다. 아내가 차려준 이밥으로 4박 5일의 일정에 힘을 보태고 무사히 다녀오기를 마음으로 기원한다. 6시 30분 출발 장소에 하나둘 일행들이 모여들고 배웅을 위해 나온 동네주민들과 동아리 회원들도 나와서 떠나는 우리를 힘찬 응원으로 보내주었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맛을 흠뻑 느끼는 순간이다

아내도 출발 장소까지 나와서 나를 토닥이며 무사히 다녀오라 한다. 33년을 함께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나의 옆지기! 언제나 이렇게 내 곁에 머물러 있어 주길 바란다. 드디어 첫 페달링을 힘차게 하며 긴 여행의 시작점에서 점을 찍었다.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사뭇 기대와 설렘이 일렁인다. 오늘 첫날 일정엔 세명의 동아리회원이 여주보까지 함께 동행해서 배웅 세러머니를 함께해 주고 종주일행은 계속 남으로 내려갈것이고 이들은 다시 별내로 돌아갈 것이다. 일정의 첫날 함께 힘을 보태주는 이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4박 5일 일정동안 나와 함께 할 내 자전거의 안장을 한번 툭 치면서 마음으로 자전거야 긴 라이딩 시간 동안 잘 부탁해!  한마디 해본다. 이제 자전거와 내가 하나가 되어 오로지 나의 의지와 힘으로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뭔가를 이룬다는 것 또한 그것을 이루기 위해 준비해 나가는 모든 과정들이 하나의 궤적으로 그려질 때 비로소 인생에 소중한 추억 하나가 만들어질 것이다.


내 인생에 다시없을 국토종주! 이 단어 만으로도 나를 설레게 했다 자전거와 함께 펼쳐질 나의 인생에 파이팅을 외쳐본다.

구미리 고개에서 첫 번째 오르막을 맞이한다. 아이유 고개의 두세 배 정도 거리의 오르막은 힘겹기만했다.

꾸역꾸역 밟고 올라가는데 다행히 앞에서 초록님이 끌바에 도전한다. 그 모습을 보며 다행이다 나도 끌고 가야지 위안을 삼고 끌바의 행렬에 동참한다.

봄햇살 가득히 내리는  벚꽃길을 달리는데 꽃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함박눈이 내리는 봄날을 느끼며 행복에 겨워 가는데 갑자기 꽃에서 떨어져 내리는 꽃잎들에겐 이것이 가슴 아픈 영원한 이별임을 이제야 느끼니 화려하게 흩날리는 꽃잎들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바닥에 큼지막히 쓰인 국토종주라는 글씨는 게임 캐릭터가 길을 걸어가며 먹어치우는 1000점짜리 보너스처럼 그 글귀를 보는 족족 나는 1000점짜리 힘을 얻고 다시 페달링을 했다.

드디어 여주보를 지나 식사 장소에 도착했다.

여기서 든든히 먹고 에너지 보충해서 수안보까지 다시 100킬로를 달려갈 참이다.

바닥에 탄금대 85라는 글씨가 아무렇지도 않은 건 달려가야 할 500킬로의 거리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것이다.  그래서 꿈은 원대하게 꾸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밟고 가다 보면 어느새 탄금대도 지나 있을 것이다.

자전거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라이딩족들이 파이팅을 외쳐주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함께 인사를 나누었다. 탄금대 인증센터를 못 찾아 엉뚱한 길도 헤매기도 하면서 숙소인 수안보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에서 팀원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마지막 남는 몇 킬로를 피치를 올리며 드디어 마지막 장소에 도착했다.

자전거 라이딩이 아니었으면 가보지 못했을 길을 달려보고 펼쳐진 풍광에 감탄하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140킬로 라이딩을 드디어 마쳤다.

스스로에게 토닥토닥하고 싶다. 저녁 맛있게 먹고 에너지 보충하고 숙소에서 온천물에 피로를 다 풀고 푹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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